국제사회 비난 수위 높아져
난민 실은 방글라 선박 전복돼
어린이 등 60명 사망ㆍ실종 참사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피해 국경을 넘어 탈출한 로힝야족이 5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에 대한 지금까지의 압박이 ‘말 잔치’에 그쳤다며,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 문제를 다루는 공개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호의적이고 외교적 수사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지났다”며 “라카인주의 로힝야족을 학대하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을 유린한 자는 즉시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행위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라카인주 폭력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미얀마 정부군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앞서 로힝야 사태를 ‘인권의 악몽’으로 규정하고 미얀마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특히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과 벤 카딘 외교위 간사 등 미국 공화ㆍ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21명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마크 그린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에게 서한을 보내 미얀마군의 작전이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비판했고, ‘대량학살(제노사이드)’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미국법과 국제법에 따라 라카인주 사태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오랜 군사 독재를 이유로 미얀마에 경제 제재를 가해 왔으나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이 집권한 2015년 이후로 점진적으로 제재를 해제한 바 있다.
한편, 이날도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난민을 싣고 방글라데시로 오던 배가 전복돼 20여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실종되는 등 난민들의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 테크나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넘어오고 있는 것은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군사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엔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 이후 50만명이 넘는 난민이 넘어왔으며 기존 난민을 포함해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은 70만명에 이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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