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라면값 담함’ 증인 채택
“야당에 밉보여 끌려가” 추측도
“5년 전 벌어진 일인데…”
함영준(사진) 오뚜기 회장이 10월 열리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29일 오뚜기 관계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오뚜기는 비정규직이 없고, 함 회장이 상속세로 1,500억원을 낸 사실 등이 알려져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착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간담회에 오뚜기는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되기도 했다. 그랬던 오뚜기가 이번엔 망신당하기 딱 좋은, 그래서 기업인들이 제일 꺼리는, ‘국정감사장’에 서게 된 것이다.
증인으로 채택된 사유인 ‘라면값 담합’은 5년 전 일이다. 공정위는 2012년 농심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 4곳이 9년 넘게 라면값을 담합했다며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더욱이 오뚜기는 다른 라면업체들과 달리 2008년 이후 라면 값을 올리지도 않았다. 이런 정황 때문에 업계에서는 “5년 전에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출석하라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뚜기가 야당에 밉보여 국회에 끌려나가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기업인들도 줄줄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간다. 이스티븐 크리스토퍼 피자헛 대표이사는 ‘갑질 논란’ 때문에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피자헛은 2003년부터 구매나 마케팅, 품질관리 지원 비용이라며 계약상에 없는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관리비)'를 가맹점주들에게 부과했다. 또,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증인대에 서게 됐다. 이 밖에 정무위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미래에셋과 자사주 맞교환 논란 등),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 대표이사 및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은산분리 문제),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내부인사 및 산별교섭 사용자협의회 임의 탈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주주감사 방해 등)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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