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0%에 연 100억 세수 전망
나머지는 소득 낮아 ‘세금 0’ 추정
저소득층 보조금 EITC 대상 돼
연 1200억 추가예산 필요 추산
정부 “조세 정의 차원서 이해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관련 면담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목사 A씨는 수도권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면서 연간 2,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아내와 어린 딸의 생계를 책임지는 외벌이 가장이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A씨도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28일 기획재정부의 도움을 받아 추산해본 결과, A씨가 내년에 낼 세금은 한 푼도 없었다. 오히려 A씨는 정부가 저소득 가구에 지급하는 ‘보조금’인 근로장려세제(EITC)에 따라 70만6,000원(근로장려금 20만6,000원+자녀장려금 50만원)을 받게 된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종교인이 납부하는 세금보다 정부가 종교인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장려금이 더 많은 ‘과세의 역설’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종교인이 소득 신고를 하면 EITC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걷는 돈 보다 나갈 돈이 최대 7배나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09년 도입된 EITC는 저소득 근로가구(연간소득 외벌이 2,100만원, 맞벌이 2,500만원 미만)에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소득세를 내는 납세자가 지원 대상이다. 맞벌이 기준 연간 최대 250만원(외벌이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2015년부터 저소득 가구(부부합산 연 소득 4,000만원 이하)에게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자녀장려금’(CTC)도 EITC에 포함됐다. 내년부터 종교인이 ▦자신의 소득을 ‘월급쟁이’와 같은 근로소득으로 신고하고 ▦EITC 수급 요건에 부합하면 종교인도 EITC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종교인 과세 시 전체 종교인 23만명의 20%선인 4만~5만명에게 연간 100억원 안팎의 세금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의 ‘반대급부’인 EITC 지급 규모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만약 ‘면세점’에 속하는 나머지 종교인 18만~19만명을 모두 EITC 지급대상으로 보고 올해 EITC 평균 수령액(71만원)을 곱하면 1,280억~1,35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2013년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른 EITC(근로장려금) 추가 지출액을 737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부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EITC 지출 규모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옥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28일 “먼저 전체 종교인의 객관적인 소득 수준과 분포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과세를 해 본 적이 없는 만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에 활용한 개신교 교직자의 소득도 실제 과세 자료가 아닌 전화 설문조사(506명 대상)에 근거하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목사 평균소득 2,855만원, 승려 2,051만원, 신부 1,702만원)도 직업당 평균 30명을 설문 조사한 것에 불과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EITC 등으로 (종교인에게) 나가는 돈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실질 세수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EITC 지출로 세수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 정의 차원에서 종교인 과세에 첫 발을 내디딘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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