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구강진료센터 전국 8곳
치료할 때 전신 마취 필요한데
마취 전문의 둔 곳은 2곳 뿐
대기자 많아 마취없이 치료하거나
이 아파도 수개월 기다려야
지난 5월 29일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로 등록된 한 대학 치과병원에서는 사랑니가 자라 고통을 받는 여성 환자 A(26)씨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등 진료 인원 6명이 1시간 넘게 진땀을 흘려야 했다. A씨와 같은 1급 지적장애인은 의사의 기본 지시를 따르기 힘들기 때문에 전신 마취를 하는 게 일반적 절차. 하지만 마취 진료를 받으려면 2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의료진은 A씨가 심한 통증을 호소해 결국 몸통과 머리를 의자에 단단히 결박하고, 입에 개구기(입을 벌린 채 고정시키는 기구)를 넣은 채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니 발치를 해야 했다.
발달 장애인이나 지적 장애인들은 의사 지시를 따르기 어렵고 진료시간이 길어 일반 치과에서는 진료를 거절 당하기 일쑤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2009년부터 전국 8개 지역에 장애인 치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운영비 등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A씨처럼 마취 없이 진료를 하거나 이가 아파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28일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의 마취 진료 대기 기간은 지난 7월 기준으로 최장 5개월에 달한다. 지역별로 충남센터는 장애인이 마취 진료를 받으려면 5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광주ㆍ전남센터(3개월), 대구센터(3개월)도 대기 기간이 길었다. 대기 없이 바로 마취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강원센터 한 곳이었다. 강원을 제외한 타 지역 주민은 이가 아프면 수개월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A씨처럼 의료진과 환자 모두 고통을 감내하면서 비 마취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적 장애인들은 치과 치료 시 전신 마취가 대부분 필수적이지만,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조차 마취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것은 센터에 마취 전문의를 위한 인건비 지원이 되지 않아서다. 장애인은 마취 진료 시간이 4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까지 걸리다 보니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두세 명에 그친다. 전담 마취 전문의를 두면 적자가 나는 구조다. 현재 구강진료센터 8곳 중에 전담 마취 전문의가 있는 곳은 충남과 경기 두 곳뿐인데, 이 두 곳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적자를 메우고 있다. 나머지 6곳은 비상근 마취 전문의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만 근무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4만1,733명 가운데, 마취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3,237명에 불과했다.
복지부가 구강진료센터에 지원하는 돈은, 첫 지정 때 주는 일회성 센터 설치비(12억5,000만원)를 제외하면 출장 검진을 위한 운영비(연간 5,000만원)가 전부다. 장애인 진료 건수에 따라 진료비와 재료비를 지원하지만, 이는 장애인의 비급여 부담 절감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차원이라 센터의 추가 수입이 아니다. 매년 기획재정부에 인건비 예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번번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최도자 의원은 “구강 센터가 적정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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