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연구소 부지매입하자
“유해물질 배출로 건강 위협”
“편의시설 늘고 땅값 오를것” 팽팽
한 동네에서 ‘님비(NIMBYㆍNot In My Back Yard)’와 ‘핌피(PIMFYㆍPlease In My Front Yard)’가 공존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주민들이 한 화장품회사의 통합기술원 건립 문제를 두고 한 쪽에서는 ‘유해물질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완강히 반대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편의시설 확충은 물론 땅값도 상승할 것’이라면서 찬성을 외치고 있는 것.
지난 4월 화장품과 의약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홀딩스가 연구개발(R&D) 공간으로 쓸 통합기술원을 짓기 위해 헌릉로 대로변(안골마을 앞)에 땅을 사들이면서부터 주민 갈등이 시작됐다. 먼저 인근 서초더샵포레 등 신축 아파트단지 일부 거주자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회사가 전국에 가지고 있던 화학연구소 10여 곳이 해당 기술원으로 한데 모인다는 소식에 “유해물질이 배출될 경우 주민들 건강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술원 예정 부지 100m 이내 초등학교와 구립어린이집(건축 중)이 있다는 점도 이들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아파트 주민 황모(62)씨는 “주민들 충분한 동의 없이 들어선 시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공정 수의계약’ 의혹도 나온다. 한국콜마건축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콜마가 땅을 사는 과정에서 서초구청이 적격업체로 추천했는데 기업 인감증명서나 등기부등본 같은 필수 제출서류를 갖추지 않았고, 서울도시주택공사(SH)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도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반대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내곡동 일대에서 살아온 원주민. 내곡동에서만 50년 정도 살았다는 70대 방모씨는 “제대로 된 식당도 몇 개 없던 동네에 (기술원이 들어서면)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기고 버스운행 횟수도 늘어나면서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찬성하는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도 기대한다. 이미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기술원 효과 덕인지 최근 몇 달간 주택 매물이 거의 없다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콜마 측은 “화장품원료 개발이 대부분이고 기술원에서 진행되는 약품 개발도 복제약 정도라 유해물질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연구시설 건설 등으로 인한 주민 갈등은 공사 초기와 건설 진행 도중 많이 생기는 만큼 해당 기업이 주민들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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