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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테이에서 온 편지] 다시 아침을 부르기 위해서는 노래를! 춤을!

입력
2017.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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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국자와주걱을 찾은 가수 야마가타 트윅스터(왼쪽)가 공연하고 있다.
강화도 국자와주걱을 찾은 가수 야마가타 트윅스터(왼쪽)가 공연하고 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강화도 국자와주걱에서 공연을 하며 책방을 찾은 손님들과 춤을 추고 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강화도 국자와주걱에서 공연을 하며 책방을 찾은 손님들과 춤을 추고 있다.

풀벌레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리는 까만 가을밤. 시골 책방 마당에서 서성거리면 벌레들의 책 읽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요함 속의 아우성을 듣고 있자면, 홀로 빙긋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지죠.

책방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추운 겨울날이었을 겁니다. 강화도의 기온은 서울보다 3, 4도 정도 낮아서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엔 그 온도 차이로 인해 훨씬 춥게 느껴진답니다. 게다가 겨울의 바닷바람은 너무 세차서 두 손이 꽁꽁 얼어 터지는 느낌을 받곤 하지요. 그렇게 매서운 바람이 불고 추웠던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들어 왔습니다. "서울에서 버스 탔어요. 온수리에 도착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 문자를 받고 시계를 보면서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온수리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을 무렵,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타면 10분 거리인데 30분이 지나도, 4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습니다. 대문 밖에서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다 참지 못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자 저 멀리서 파란 털모자를 쓰고, 노란 바지를 입은 그가 나타났습니다. 딱 봐도 그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는 옷차림으로 말이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추운 날 그는 1시간 가까이 걸어서 국자와 주걱을 찾아왔답니다. 참으로 별난 사람이지 뭡니까. 그렇게 걱정 반, 기쁨 반으로 맞이한 그는 댄스음악 전문 가수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활동하는 한받. 그와의 만남은 추운 겨울,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내 마음 속 한구석에 꿈으로만 자리 잡고 있던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는 한받은 이 시골 구석에서 책방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 시골까지 누가 찾아와서 책을 보고, 음악회를 즐길 수 있을까? 이 친구가 논두렁 밭두렁을 휘몰아치며 이곳에서 그 특유의 판을 벌여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반신반의하던 나를 찾아 추운 길을 걸어 그가 온 것입니다. 그의 방문에 용기백배하여 바로 공연 날짜를 잡고, 그의 아내 김연희 작가의 시집을 주제로 책과 음악이 만나는 시골 책방 북콘서트의 막이 올랐습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지음ㆍ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발행ㆍ287쪽ㆍ1만3,500원

탐욕소년 표류기

한받 지음

텍스트 발행ㆍ224쪽ㆍ9,000원

정말 얼마나 흥분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날은 왔고, 때마침 정월 대보름날이었습니다. 시 낭송과 함께 책방 안의 조용한 설렘으로 한받의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마을 대보름 행사장으로 나섰습니다. 한 잔 얼큰하게 취한 마을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곳에서, 그는 신명 나게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이름으로 굿판을 벌였습니다. 동네 분들이 함께 어우러져 절정을 이룬 공연장! 전 세계 히피들이 모여드는 저 (태국) 치앙마이의 옐로클럽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열정의 무대였습니다. 모두의 가슴은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 아래서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시골의 조용한 작은 책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야단법석 시골 책방. 우리가 그걸 해낸 것입니다.

언제나 소외된 자들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노래와 춤이 곧 삶이고 저항이라 말하는 한받이 우리 책방을 방문한 날, 그는 사사키 아타루의 저서 '잘라라, 그 기도하는 손을'을 집어 들었습니다. 나는 순간 사사키의 문장 '춤춰라 우리들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늘 아침을 맞이하다'가 떠올랐습니다. 사사키는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피 흘리는 투쟁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세계에 빛을 가져오는 것은 우리의 춤이라고. 다시 아침을 부르기 위해서 춤을 추라고.”

사사키는 풍요의 여신 아메노이즈메를 인용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춤과 노래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새로운 육체, 새로운 동작, 새로운 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메노이즈메는 태양을, 빛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한밤중에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신들과 함께 웃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받이 대중 속에서 주문을 외우듯 춤과 노래로 외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받은 '탐욕 소년 표류기'라는 자전적 책도 펴냈습니다. 자신의 개인사, 자신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한 생각, 자신의 활동과 관련된 내용들을 단답식으로 정리한 내용인데 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순수 토종 한국인인 그가 길거리에서 야마가타라는 이름을 쓰며 신나게 우리 이웃들과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이유, 그가 그렇게 거리거리를 찾는 이유를 만날 수 있는 책. 나의 오랜 꿈을 함께 이뤄준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도 강화의 시골 책방은 어깨를 들썩이며 한바탕 축제를 벌일 꿈을 꾸고 있습니다. 책과 음악으로 하나 되는 시골 작은 책방의 떠들썩한 잔치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단, 따스한 겉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오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강화 국자와주걱 김현숙ㆍ북스테이네트워크(www.bookstay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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