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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전세계 진짜 기이한 곳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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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전세계 진짜 기이한 곳을 찾아가보자

입력
2017.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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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옵스큐라

조슈아 포어 등 지음ㆍ엄성수 옮김

쌤앤파커스 발행ㆍ480쪽ㆍ2만9,800원

“이런 뭔가가 있었으면 딱 좋겠다”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진짜 그런 걸 만들어서 떡하니 내놓는다. 여행책으로써 ‘아틀라스 옵스큐라’란 그런 책이다. 2009년 미국의 두 청년 조슈아 포어, 딜런 투라스가 의기투합한 뒤 작가 엘라 모턴을 끌어들였다. 목적은 하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숱한 여행책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전 세계에서 진짜 희한한 곳들을 찾아 기록해보자!” 직접 탐험해보거나 제보를 받았다. 그 결과물이 전 세계 700곳 정도를 엄선해 지난해 출간한 이 책이다. 지역 특색을 재기 넘치게 압축한 글맛도 좋다.

한국은 고작 ‘제3땅굴’ ‘진도 앞 갈라지는 바닷길’ 두 곳만 선정됐다. 아쉽다기보다는 괜찮다. 미디어의 주된 역할은 ‘불안 조장’ 아니면 ‘로망 부채질’인데, ‘로망 부채질’ 차원에서 보자면 한국은 되도록 안 들어가는 게 더 좋을 성싶다. 사상 최장 추석 연휴 어쩌고 모두가 들썩대는데 별 달리 갈 곳이 없다면 더 좋다. 아틀라스 옵스큐라,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어두운 골방에서 전세계를 누비라는 것이니 우리 말로 하자면 ‘방콕’이지 않겠는가.

‘로망 부채질’을 위해 700곳 가운데 1%, ‘베스트 7’을 뽑아보자. 물론 이 베스트 7은 오롯이 자의적 기준이다. 이 책을 펼친 독자라면 자신만의 베스트 7 로망을 골라보자. 언제나 그렇듯 여행의 절정은, 실제 갔을 때가 아니라 여행지를 고르며 온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를 때니까.

베네수엘라 로라이마산. 윗부분이 평평한 고원인 '메사' 지형으로 외부와 다른 특이한 생태계를 보인다. 쌤앤파커스 제공
베네수엘라 로라이마산. 윗부분이 평평한 고원인 '메사' 지형으로 외부와 다른 특이한 생태계를 보인다. 쌤앤파커스 제공

베네수엘라 ‘로라이마산’

‘셜록 홈즈’로 유명한 코난 도일의 SF작품으로는 ‘잃어버린 세계’가 있다. 후일 ‘킹콩’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은 아마존 어딘가에 공룡이 살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SF다. 오랫동안 외부와 차단된 기이한 생태계가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란 상상은, 이 로라이마 산을 보면 수긍된다. 도일도 당대 아마존 탐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다. “가이드와 동반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고 해뒀다.

일본 도야마만. 해변가로 몰려든 오징어들의 발광 때문에 바닷가가 파랗다. 쌤앤파커스 제공
일본 도야마만. 해변가로 몰려든 오징어들의 발광 때문에 바닷가가 파랗다. 쌤앤파커스 제공

일본 도야마만 ‘반딧불 오징어’

심해에 있던 발광 오징어가 3~5월쯤 알을 낳기 위해 일본 도야마만에 몰려든다. 이들은 도야마만 해변을 파랗게 물들이는 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말하자면 ‘반딧불 오징어’다. 이것뿐이라면 별로다. 제 발로 오시는 오징어를 사람들이 조용히 감상한 뒤 그냥 놓아드릴 리 없다. 싱싱한 오징어 회, 튀긴 오징어 등 다양한 오징어 요리가 일품이라 한다. 오징어에 사케 한잔 좋아하니 놓칠 수가 없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무소음방'.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수입하고 싶다. 쌤앤파커스 제공
미국 미니애폴리스 '무소음방'.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수입하고 싶다. 쌤앤파커스 제공

미국 미니애폴리스 ‘무소음방’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층간 소음은 예의다. 되도록 없어야 하겠지만, 공동주택이기에 적당한 수준이라면 감내해내야 하는 것 또한 예의라는 얘기다. 이 무소음방은 소리의 99.99%를 흡수하도록 설계됐다 한다. 방에 들어서면 금세 심장, 내장 움직이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바람에 아무리 강인한 사람도 30분을 채 버티지 못한다 한다. 층간 소음 투덜대는 사람을 집어넣어보고 싶다. 내 아이의 소음 덕에 당신이 편하게 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나무성당. 기둥모양으로 나무를 심은 뒤 나뭇가지들이 지붕모양을 이루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썜앤파커스 제공
지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나무성당. 기둥모양으로 나무를 심은 뒤 나뭇가지들이 지붕모양을 이루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썜앤파커스 제공

이탈리아 아레라산 ‘나무성당’

아버지 줄리아노 마우리의 계획을 아들이 2010년 이어받았다. 개암나무, 전나무, 너도밤나무 등의 나무를 심되 나무의 성장 속도 차이를 세심하게 고려해, 어느 정도 자라다 보면 42개 구조물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을 기준으로 나무들이 맞닿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지붕을 이루게 한다는 계획이다. 유엔의 ‘국제 생물 다양성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빌려와도 좋을 것 같다.

크고 재빠른 악어를 만나볼 수 있는 호주의 '죽음의 우리'. 쌤앤파커스 제공
크고 재빠른 악어를 만나볼 수 있는 호주의 '죽음의 우리'. 쌤앤파커스 제공

호주 노던주 ‘죽음의 우리’

심장이 쫄깃해질 것 같다. 3.9㎝ 두께의 투명 플라스틱 박스 안에 들어가서 5.5m 길이의 무시무시한 악어를 만나는 체험이다. ‘솔티’라 불리는 이 악어들은 악어들 가운데서 크고, 빠르고, 공격적인 녀석들로 통한다. 어느 날 악어가 약 올리는 사람에게 무섭게 돌진해 악어 이가 부러진 적도 있다는데, 안심하란 얘긴지 조심하란 얘긴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다. 당연하게도 입수 전엔 이런저런 기분 나쁜 내용의 동의서를 써야 한다.

하와이 오아후 섬의 가파르고 위험한 계단. 계단에서 보는 경치는 절경이다. 쌤앤파커스 제공
하와이 오아후 섬의 가파르고 위험한 계단. 계단에서 보는 경치는 절경이다. 쌤앤파커스 제공

미국 하와이 ‘하이쿠 계단’

미국 하와이 제도 오아후 섬에 있는, 폭이 46㎝에 불과하고 사다리 수준의 경사도를 지난 3,922개의 계단이다. 당연히 안전상 이유로 출입을 막았으나 기를 쓰고 오르는 트레커들의 성지가 됐다. 감시원들이 붙어 있기 때문에 이들 눈을 피해 새벽에 올라가는 게 좋다. 내려오면 감시원들은 막상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단다. 딱히 이 계단이 좋아서라기보다, 사실 하와이를 가보고 싶어 그냥 넣어봤다.

겨울에 만들어지는 얼음성 핀란드의 루미린나. 맥주는 못 마실 것 같다. 썜앤파커스 제공
겨울에 만들어지는 얼음성 핀란드의 루미린나. 맥주는 못 마실 것 같다. 썜앤파커스 제공

핀란드 라플란드 ‘루미린나’

매년 1월말에서 4월초쯤까지 만들어지는 일종의 얼음성이다. 당연히 건물 등 모든 것이 얼음으로 이뤄져 있다. 이 안에서 순록 크림 수프를 먹고 얼음 조각을 감상하며 지낼 수 있다. 바에서는 모피로 덮인 통나무 의자에 앉아 술도 한잔 걸칠 수 있다. 입김 호호 불어가며 며칠 보내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다. 그런데 화장실은 밖에 있단다. 핀란드의 1월 밤은 영하 17도 수준이라니 전방근무의 각종 신화(?)에 도전해봄직도 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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