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원장은 사법부 내홍을 잠재울 수 있을까.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사흘 만인 2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측과 만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필요성에 대한 판사 의견을 들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위원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 측은 이날 블랙리스트를 핵심으로 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법관회의가 현안조사소위원회에서 행하기로 의결한 만큼 조사권한이 부여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했다. 또 “조사여부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날지를 떠나 물적 자료(법원행정처 컴퓨터 등)에 대한 보전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직후라 당장 현안조사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법관회의 측은 이 밖에도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와 법원행정처 조직과 인사제도를 포함한 사법행정 제도개선을 김 대법원장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에선 위원장인 이성복(57)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 10명이 참석했다.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대법원 첫 출근길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에 대해 묻는 취재진 질문에 “즉시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제 임기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할 부분 아닌가 싶다”고 했었다.
법관 블랙리스트 문제는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와 연결돼 있다. 올 3월 대법원장 권한 분산과 사법개혁 등을 주제로 한 국제인권법학회 학술대회를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려고 시도하면서 빚어졌다. 이후 기획조정실이 국제인권법학회 판사 등의 동향을 수집해 관리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판사들의 반발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가 꾸려졌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면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구성됐다.
전국법관회의는 전국 법원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돼 올 6월 19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3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은 물론 법원행정처 권한 축소와 조직의 재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당면현안인 법관 블랙리스트 문제를 어떻게 처리되느냐 에 따라 조직 안정화 여부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전향적인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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