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에 사는 정희영(31)씨는 다이어트 한약 부작용 때문에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산 한약을 복용한 후부터 설사, 속 쓰림, 구토 등이 생겨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 의식을 찾은 그는 출처 불명의 다이어트 한약을 먹은 것은 후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체질량지수 25이상 30미만) 인구는 2006년 233만2,146명에서 2015년 406만6,015명으로 74.3% 늘었다.
전종익 한의사는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약이 온라인에서 우후죽순처럼 판매되고 있다”며 “이런 약은 부작용은 물론 여성 질환과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어트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다이어트약에 대한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 3월에는 비의료인이 한약을 제조해 팔다가 경찰에 구속되었다. 이런 무허가 다이어트 한약에는 한약재인 ‘마황’이 단골손님처럼 들어간다. 마황은 미량섭취 시 식욕 억제기능이 있지만, 과다 사용할 경우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또 급성 간염, 알레르기, 두통, 생리 이상, 여성 질환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다이어트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불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빈혈, 변비, 피부탄력저하 및 탈모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자칫 여성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불임이나 습관적인 유산으로 내원한 이들의 상당수가 잘못된 다이어트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문진을 통해 나타났다.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체의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자궁내막 기능이 저하되면 임신이 잘 안 되고 유산이 되기 쉽다. 유산이 반복될 경우 자궁내막이 얇아져 수정란의 착상이 어렵고 착상이 된다고 해도 유지가 어렵다. 또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있어 배란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유산을 반산이라고 부른다. 이는 후천적인 원인인 월경전증후군, 만성 골반염, 생리통 등과 관계있다. 이 증상이 있는 경우 난소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배란과 착상이 어려워 임신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착상이 된다 해도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궁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착상이 잘된다.
포항에서 불임치료를 받으러 온 한 여성은 “잘못된 다이어트로 여성질환을 앓고 난 후 유산이 반복돼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 한의사는 “여성에게 자궁은 민감하고 인체의 컨디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이어트로 몸이 혹사당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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