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모든 상장회사에 대해 정부가 9년 중 3년 주기로 회계법인(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또 회계사기를 저지른 회사에 물리는 과징금 상한도 사라진다. 지금은 장부를 조작해 수조원대 규모로 실적을 부풀려도 정부가 물릴 수 있는 과징금 수준이 최대 2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국회에 발의된 16개 법안을 하나로 합쳐 만든 법안이다. 분식회계를 막기 위한 규제들이 대거 담겨 있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대책 중 가장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혁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2020년부터 정부가 기업의 감사인을 지정하는 ‘감사인 지정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모든 상장회사는 관련 법에 따라 매년 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은 회사가 알아서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다. 대신 대우조선처럼 분식회계를 저지르거나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때에만 정부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한다. 하지만 감사인이 기업의 선택을 받는 위치에 있다 보니 감사인이 기업의 눈치를 보고 회계부정을 눈 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기업과 감사인 간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부실 감사를 원천 차단하는 차원에서 ‘감사인 지정제’를 모든 상장회사에 도입하기로 했다. 대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9년 중 3년 주기로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기로 했다. 예외 규정도 뒀다. 기업이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6년 중 금융감독원의 감리(회계장부 재검증)를 받아 별다른 회계부정이 발견되지 않은 회사는 정부로부터 감사인 지정을 받지 않는다. 추후 6년간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단 얘기다.
바뀐 제도가 도입되면 대략 상장사 가운데 80%는 지정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상장사는 1,958개에 달하는데 대략 1,560개 기업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게 된다는 얘기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회계법인에만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허용하는 ‘감사인 등록제’도 함께 도입된다. 회계법인으로선 부적격 회사를 걸러내지 못하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이전보다 회계장부를 더 꼼꼼히 살펴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정부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에 물릴 수 있는 과징금 상한도 없앴다. 지금은 최대 20억원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데, 그간 과징금 규모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분식회계 금액의 20% 안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예컨대 8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에 바뀐 제도를 적용하면, 대우조선이 내야 할 과징금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수조원대 분식을 저지른 대우조선이 연초 정부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는 45억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업보고서와 증권발행신고서가 발행될 때마다 위반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건별로 과징금을 부과해 그나마 과징금 수위를 높였는데도 이 정도다.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수위도 강화된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람에게 내릴 수 있는 징역기간도 5~7년에서 10년 이하로 강화되고, 벌금 역시 최대 7,000만원에서 부당이득의 1~3배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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