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시작부터 고성 공방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항소심 첫 재판부터 언성을 높이며 기 싸움을 벌였다. 증인 선정을 놓고서다.
2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 측은 최순실씨 측근이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포함해 증인 10명을 항소심 재판에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 등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특검 측 증인이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2015년 1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유라씨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운동 열심히 하고 잘 하는 학생을 잘 키워야 한다. 왜 이런 선수를 기를 죽이냐’고 했다”고 밝혔고,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으로선 이들 증언을 무너뜨리는 데 전략을 집중해야 하는 처지다.
특검은 강하게 반대했다. 이미 1심에서 수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고, 신문 시간도 충분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삼성 측은 “김 전 차관, 박 전 전무 증인신문 때 특검이 예고했던 신문시간을 넘겨 늦은 시간까지 신문을 이어나가 변호인으로선 잠깐 신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최씨의 1심 재판 증언거부 경위가 언급되면서 언성은 더 높아졌다. 삼성 측 변호인은 “사실상 1심에서 최씨 신문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검이 최씨 딸 정유라씨를 ‘보쌈 증언’시킨 것 때문에 최씨가 증언을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측에 유리한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최씨가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취지다. 그러자 양재식 특검보는 “‘보쌈’같은 표현을 썼는데, 굉장히 유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모욕적인 말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삼성 측 변호인단 손을 들어줬다.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정씨가 독일에서 탄 말을 판매한 중개업자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도 증인 목록에 올렸다. 특검에서 요청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증인 소환 전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각자 자기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면 그 내용을 증거로 쓰되 증인 목록에선 빼기로 했다.
이 부회장 등 피고인이 출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소심 정식재판은 내달 12일부터 시작한다. 이 날의 신경전은 1심 때보다 더 치열한 법리논쟁을 예고하는 전초전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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