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역사
윤춘호 지음
푸른길 발행ㆍ304쪽ㆍ2만원
만경강 중류쯤 자리잡은 전북 익산 춘포리에 대한, 일제시대 일본인 지주들이 대거 진출해 대장촌이라 불리기도 했던 지역에 대한 기록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흔하디 흔한, ‘물 좋고 인심 좋은 내 고향 향토사’ 아니면 ‘악랄한 식민지배자에 저항한 순박한 농민사’ 같아 심심하다. 소설 ‘아리랑’을 둘러싼 작가 조정래와 식민지근대화론자 이영훈 교수의 논쟁을 기억하는 이들 있을 것이다. 감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조선 후기 근대적 소유권이 있었느냐, 벽골제의 성격이 어떠했느냐를 두고 다양한 논점들이 있는데, 그 논쟁을 떠올리며 읽는다면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구마모토 지역 출신 호소카와 가문을 중심으로 일본의 어떤 세력들이 어떻게 이 지역에 진출했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조정래와 이영훈 사이를 가로지르며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을 제기하면서 균형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한다. 판단은 물론 독자 몫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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