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물질문화사
쑨지 지음ㆍ홍승직 옮김
알마 발행ㆍ572쪽ㆍ3만5,000원
사람 인(人)자에 대해선 흔히 두 존재가 서로 기대어 있는 게 바로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아름다운 해석이 뒤따른다. 따뜻한 얘기 좋아하는 걸 뭐라 나무랄 건 아니지만, 자기만족에만 늘 그치는 건 문제다. 왜 人인가. 갑골문을 보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의 옆모습이다. 긴 획은 몸통, 짧은 획은 다리다. 갑골문 시절엔 긴 옷만 있었고 바지가 없었다. 다닐 땐 문제가 없었는데, 앉으려니 ‘쩍벌’할 수도 없고 이거 대략 난감이다. 그러니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앞으로 꿇어앉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니 ‘사람 인(人)’이란 사실 ‘바지 없는 사람 인(人)’이다. 모든 문화적 현상 뒤엔 이런 당대의 물질문화 수준이 녹아 있다. 중국의 술, 차, 담배, 건축, 가구, 옥기 칠기, 문구, 전쟁 도구 등을 그 관점에서 접근한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란 냄새가 짙지만, 호기심 있는 일반독자도 도전해볼 만큼 쉽고 재미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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