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50대 피의자 검거
“취직 안되고 생활고에…
시중에 6000장 더 풀어”
경찰, 확인ㆍ수거에 나서
경찰 추적을 따돌리며 전국 곳곳에서 1만 원권 위조지폐 수천 매를 만들어 써온 범인이 1년6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피의자는 홀로 사는 50대 백수였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통화위조 및 사기 혐의로 이모(50)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전통시장과 민속5일장 등 230여 곳을 돌며 1만 원권 위조지폐 6,700매를 사용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개포동 한 빌라에 살던 미혼남 이씨는 건강이 악화하고 취직이 안돼 생활고가 계속되자 위조지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쉽게 돈을 벌 방법을 고민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위폐 제작법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집에 있는 컬러복사기로 일련번호가 ‘JC7984541D’인 1만 원권을 연두색 A4용지에 복사한 뒤 문구용 칼로 잘라 폐쇄회로(CC)TV 등이 드물게 설치된 5일장 등에서 1장씩 사용했다. 확인이 소홀한 고령의 상인 등에게 위폐를 건네 생필품을 2000~3000원어치 사고는 거스름돈을 되돌려 받아 현금화하는 식이었다.
지난해부터 600여 차례(700매) 위폐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추적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올 4월 알려지자, 복사용 진폐를 일련번호(DL3500532A)가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행각은 지난 12일 안양의 한 전통시장 CCTV에 찍히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다음날 이곳 상인 3명이 잇따라 같은 일련번호의 위폐를 신고, 이 일대 CCTV 수백 대를 일일이 확인한 경찰에 그가 위폐로 사과 등을 산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 25일 그의 주거지를 덮친 경찰은 위폐 제작에 사용된 컬러복사기와 A4용지, 지폐 원본(진폐)을 압수했다. 그 동안 위폐를 쓰고 받은 1,000원권과 5,000원권 등 거스름돈 1,200만원도 부엌 싱크대 속에서 찾아냈다.
경찰은 “최근 2년간 6,000장 위폐를 더 만들었다”는 이씨의 진술을 확보, 확인에 나서고 있다. 이씨 말대로라면 아직도 시중에 6,000장 넘는 위폐가 풀린 상태인 셈이다. 이씨는 경찰에서 “가구점 일을 하다 무릎 인대를 다쳐 먹고 살길이 막막해 범행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그의 범행에 쓰인 두 가지 일련번호가 기재된 1만 원권 위조지폐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재래시장 등에서 유사한 범행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홀로그램 등 최소한의 위조방지장치를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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