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들 전쟁 불안감
외교팀 혼선 겹쳐 더 심각”
주호영 “우리도 핵 균형 이뤄야”
추미애 “대북 특사 파견해야”
이정미 “균형외교 필요” 맞장구
홍준표 불참 ‘반쪽 회동’ 아쉬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는
대통령ㆍ국회 투트랙 주도 합의
문 “NSC 벙커 방문” 깜짝 제안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27일 회동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자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원론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야 공동합의문 형식으로 회동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자는 성과도 냈다.
다만 야당 대표들은 공개발언에서 정부의 안보 대응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내며 할 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제1야당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참하면서 반쪽 짜리 회동에 그친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 10분 정도 이어진 회동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회동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전쟁 불안감과 안보 이슈를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안 대표는 먼저 “정말 전쟁 날 것 같다고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나약한 유화론도, 무모한 강경론도 넘어서서 철저하게 현실적인 방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의 불참으로 사실상 보수야당을 대표해 참석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도 “북한이 핵무장해 대한민국이나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도) 핵균형을 이뤄 감히 (북한이) 핵을 못쓰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도 제기했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북특사 파견에 한 목소리를 내는 등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추 대표는 “외교안보문제만큼은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초당적 협력이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대표도 ▦중국과 외교적 복원을 위한 균형외교 ▦대북특사 파견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쇄신 등의 3가지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선 야당이 우려하는 인사 문제에 관해 유감 표명을 하는 등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인사문제 5대 원칙이 흐트러진 데 대해) 유감 표명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는 등 솔직 담백한 대화가 오가는 좋은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운영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경우 대통령과 국회가 주도하는 투트랙 방식 운영으로 정리됐다. 앞서 모두발언에서 주호영 대행이 “대통령 주재 여야정 협의체는 자칫 국회가 대통령 밑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문제 제기한 것을 반영한 조치다.
불참한 홍준표 대표에 대해선 향후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수석은 “5당 체제에서 협치 정신이 무엇이고 역지사지의 정치가 무엇인지 서로 이해를 하면서 다음 자리에는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저희들이 더 노력해서 다음 번 자리에는 흔쾌히 참가할 수 있도록 정성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오후 9시 14분부터 약 20여분간 이른바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 여야 대표들을 안내했다. 청와대의 가장 중요한 안보시설인 NSC 공개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야당과도 안보 상황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셈이다. 회의석에 앉은 여야 대표들은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안보 상황 브리핑을 듣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동발표문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니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에 가서 벙커를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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