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7개월을 끌어온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종착점에 다다랐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27일 4조원 투자를 결정했고, 최태원 SK 회장은 매각 협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일명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총 인수금액 2조엔(약 20조원) 중 약 5분의 1을 SK하이닉스가 부담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 3,950억엔 중 1,290억엔(약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 형식이라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지분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 2,660억엔(약 2조7,000억원)은 베인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자(LP) 형태로 투자돼 향후 도시바메모리가 상장되면 자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한미일 연합에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 기업 도시바와 호야, 도시바메모리 주요 고객인 미국의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이 참여했다.
의결권 지분은 도시바가 40.2%, 호야가 9.9%로 일본 측이 과반을 가져가고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 진영이 49.9%를 보유한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을 통한 간접투자 형태이고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 미국 기업들은 사채형 우선주 방식으로 투자한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미일 연합 참여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자연스럽게 반도체 업계 고객이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사업 및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 이사회 직후 일본 출장을 떠났다. 당초 최 회장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연례 만찬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일본을 경유하는 일정으로 조정했다. 한미일 연합 협상을 직접 매듭짓기 위한 마지막 행보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열세라는 분석이 나온 지난 4월에도 일본으로 날아가 직접 인수전을 지휘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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