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촌의 ‘진천 시대’가 열렸다.
대한체육회는 27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 위치한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체육인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개촌식을 열었다. 진천선수촌은 2020년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3년 앞두고 준공돼 의미가 남다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개촌사를 통해 “태릉선수촌이 한국 체육의 탄생과 성장의 요람이었다면 진천선수촌은 성숙과 선진화의 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역대 대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태릉선수촌에 영원히 남을 것이며 국민이 역대 올림픽의 감동과 환희를 기억하는 한 태릉선수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흥 체육회장도 “진천선수촌은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구심점이자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이 공존하는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촌식에 참가한 전ㆍ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은 뛰어난 시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농구대통령’ 허재(52) 농구대표팀 감독은 “선수시절 1984년에 태릉에 입촌 했던 기억이 난다. 감독이 돼 다시 진천에 오니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다 조성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1982년 뉴델리(3관왕), 1986년 서울(2관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50)는 “수영센터를 보니 30년 전에 이런 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훈련해 세계 정상에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현역 선수들도 화답했다. 올림픽 3연패에 빛나는 ‘사격 황제’ 진종오(38)는 “진천의 사격훈련장은 국제 대회를 당장 열 수 있는 정도다”라며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선수를 대표해 감사 드리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07) 보유자 김국영(26)은 “새롭게 단장한 진천에서 100m 9초대 꿈을 이루도록 노력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천선수촌 개막과 함께 존치의 갈림길에 선 태릉선수촌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여자 유도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딴 김미정(46) 용인대 교수는 “태릉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체육의 역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문화유적도 중요하지만 태릉이 꼭 한국 스포츠의 혼이 담긴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문화재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선수촌 내 운동장과 챔피언하우스(숙소), 행정동 등 7개 건물을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다.
진천선수촌은 2004년 건립을 확정한 지 13년, 2009년 2월 착공한 지 8년 만인 올해 9월 완공됐다. 총 5,130억 원이 투입됐으며 부지 면적은 태릉선수촌의 5배가 넘는 140만5,797㎡다. 숙소는 태릉에 비해 3개동 292실에서 8개동 823실로, 훈련 시설(실내, 실외 및 부대지원시설 포함) 역시 16개에서 32개로 크게 늘었다. 35개 종목 1,150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훈련할 수 있는 세계 최대규모 종합 스포츠 훈련 시설을 자랑한다. 소프트볼ㆍ야구장, 클레이 사격장, 정식 규격의 럭비장, 벨로드롬, 실내 조정ㆍ카누 훈련장, 스쿼시장 등이 새롭게 건립돼 태릉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 훈련을 해오던 사이클, 럭비, 스쿼시 종목 선수들도 선수촌에서 제대로 연습할 수 있게 됐다.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메디컬센터와 스포츠과학센터 역시 태극전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진천=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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