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와 케이블TV가 주름잡던 스포츠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올 연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지난 8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마존은 물론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EPL 중계권 입찰에 눈독을 들일 수도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어 지난 22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이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최근 EPL 중계권에 매우 관심을 보였다”며 “곧 있을 중계권 입찰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추가로 전해지면서 거대 IT 자본들과 기존 대형 방송사들 간의 입찰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EPL 중계권은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와 브리티시텔레콤(BT)이 나눠 가지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2016∼19년 중계권 가격은 해외 중계권료 35억 파운드를 포함해 무려 86억 파운드(약 13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말 진행될 2019∼22년 중계권 입찰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참여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가디언은 그 액수를 매년 약 6억 파운드(약 8,914억 원)로 예상했다.
IT기업들이 스포츠 중계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정보 통신 업체 시스코에 따르면 2021년이 되면 인터넷 트래픽이 지금보다 3배 늘어난다. 트래픽 증가를 견인하는 콘텐츠는 동영상으로 특히 SNS 기반 라이브 스트리밍 분야의 폭발적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제작 원가가 다른 장르에 비해 매우 낮고 시청률 대비 광고 시청률이 가장 높은 장르로서 중계권자인 방송국과 광고주 모두 선호하는 콘텐츠다. 특히나 EPL은 확실한 킬러 콘텐츠(미디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콘텐츠)로서 높은 시청률과 광고수입이 보장된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의 IT 공룡들이 중계권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이미 아마존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디지털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스카이 스포츠를 제치고 남자프로테니스(ATP) 월드 투어의 영국 독점 중계권도 따냈다. IT 기업들은 동영상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유입되고 더 긴 시간을 머물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엄청난 돈 잔치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구단과 선수들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매년 중계권료로 벌어들이는 총액의 절반을 20개 구단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이후 남은 액수 중 25%는 시즌이 끝난 후 구단별 최종 순위에 따라 상금으로 지급된다. 지난 시즌 EPL 우승팀 첼시의 경우 TV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분배금으로 약 2,200억 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구단들의 천문학적인 수입이 연일 천정부지 오르고 있는 선수들의 몸값으로 이어진다는 우려 섞인 주장도 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 선수단의 질적 향상과 유소년 아카데미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IT 기업들의 EPL 중계가 확정된다면 스포츠 미디어는 일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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