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적용도 못 해 봤는데
2년도 안 돼 완전히 바꾸면
어떻게 경영하라는 건가…”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이른바 ‘양대 지침’을 지난 25일 전격 폐지하면서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고 급여를 주는 기업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정부의 강력한 양대 지침 시행 의지를 보고 이에 맞춰 인사 운용 계획을 짰던 기업들은 불과 2년도 안 돼 정부 정책이 180도 바뀌자 “제대로 적용도 못 해보고 고용정책이 또 바뀌었다”며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동시에 저성과자 해고도 할 수 없다면 무슨 수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겠냐”고 답답해하고 있다.
양대 지침의 핵심 내용은 업무 성과가 낮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허용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 규칙을 도입할 때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취업 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당연히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따랐지만 박근혜 정부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명분을 앞세워 양대 지침을 지난해 1월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도입과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양대 지침은 도입 후에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고용 활성화를 위해 양대 지침 시행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기업 등에 성과 연봉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양대 지침이 공공부문의 방만 경영을 막는데 일정부문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제조업 기반의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는 “정부 정책 찬반을 떠나 정책 방향이 2년도 안 돼서 완전히 바뀌면 이제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고 기업을 경영 하겠냐”며 “바뀐 취업 규정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노조가 소송을 걸 수 있는지 등을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 규정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이전 정부의 노동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기적인 인사 운용 계획을 짰던 기업들도 난감해하기는 마찬가지다. 30대 그룹 노무 담당자는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해 기존 사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줄여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려 했는데 이제 어렵게 됐다”며 “이전 정부가 양대 지침 도입을 밀어붙이기로 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현 정부도 기업과 충분한 대화 없이 밀어붙이기식 폐지를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시행된 정부 정책이 잘못됐더라도 방향을 바꿀 때는 일부 정책을 수정해 가며 차츰 해 나가야 사회적 충격이 덜 하다”며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면 정책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판단을 미루고 아무것도 안 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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