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한 달만에 2차 조사… 자금출처ㆍ변칙 증여 등 집중 추적
서울 강남 지역에서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40대 A씨는 최근 7년간 연간 소득으로 5,000만원을 신고해 왔다. 주변 성형외과와 비교해도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A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등 고가의 아파트 3채를 32억원에 사들였다. 국세청은 A씨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 출처 추적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성형외과 사업 소득을 고의 누락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국세청이 27일 A씨처럼 부동산 거래 관련 탈루 혐의가 짙은 ▦서울 강남 4구, 부산 등 지역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다주택 보유자 ▦택지 분양권 양도자 등 302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초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286명에 대한 세무조사 카드를 빼든 뒤 한달 반 만이다.
국세청이 2차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1차 조사 이후에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세청은 ▦다주택 보유자ㆍ미성년자 ▦다운계약서 작성자 ▦탈세ㆍ불법행위 조장하는 부동산 중개업자 ▦고액 전세입자 등 탈루 혐의가 포착된 이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서울 강남, 부산 등에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를 보이거나, 토지시장에서 공공택지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이상 현상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와 부산 지역에서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를 취득한 이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상자 중에는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로부터 시가 30억원대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를 저가에 넘겨 받은 사례도 있었다. 연봉이 수천만원에 불과한 근로소득자가 11억원 상당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입주권을 구입한 경우도 꼬리가 밟혔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다주택자가 최근 5년간 집값 상승 지역에서 주택을 추가 구입한 경우도 조사 대상이다. 변변한 소득도 없이 4년 만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지역에서 36억원어치 주택 3채를 사들인 사례가 해당된다. 이주자 택지 등 택지 분양권을 양도하고 소득을 과소 신고해도 조사를 받는다.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 등에서 이주자 택지를 분양 받아 양도하고 프리미엄을 축소 신고한 경우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서 1차 조사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 등 넓은 범위를 포괄적으로 조사했다면 2차 조사에서는 거래 당사자의 탈루 혐의 적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거래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 재산 변동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추적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변칙 증여가 확인되면 증여세를 추징하고, 사업 소득을 누락했을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통합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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