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를 LNG로 전환 결정에
포스코에너지ㆍSK가스 수천억 매몰
원전 기술 투자 두산重 등도 패닉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미 시작한 사업까지 중단하거나 변경하라고 해선 안 된다. 천문학적 돈이 투자된 사업을 정권과 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포기해야 한다면 대체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겠나. 시작한 사업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투자손실은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 (한 에너지대기업 관계자)
27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 정책변화로 사업 진척이 가로막혀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에너지 업계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착공 전인 포스코에너지의 삼척 포스파워 1ㆍ2호기, SK가스ㆍ한국동서발전의 당진 에코파워 1ㆍ2호기 등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6월 동양파워로부터 발전소 건설 및 운영권을 4,311억원에 인수한 뒤 석탄화력발전소를 준비해온 포스코에너지는 용지매입과 설계용역, 설비발주 등에 투입한 5,609억원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게 생겼다. 정부가 발전소 전환에 따른 보상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다.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시작한 사업이 정권 교체 후 재앙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주민 보상 등으로 1,000억여원 가치에 불과했던 부지 매입 비용이 3,000억원 가까이 뛰었고, 지역주민, 삼척시를 설득하는 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이제 부지선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포스코에너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LNG 발전소는 설계 방식, 입지 조건 등이 완전히 달라 매몰비용이 5,000억원이 넘는다”며 “지난해 1,3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은 처지여서,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부담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망연자실한 상태다. 당진 에코파워를 준비 중인 SK가스도 이미 4,132억원을 투입해 LNG로 전환할 경우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SK가스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그 규모가 1,886억원이었다. 정부의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피해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어 대내외 악조건 속에 고전 중인 기업들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기술 국산화 정책에 맞춰 원천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은 두산중공업과 관련 중소기업들도 ‘패닉’ 상태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클린디젤’ 정책에 따라 디젤차 생산확대에 나섰던 자동차업체들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을 뒤바꿔 기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한다면 기업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이를 믿고 따를 기업이 없을 테니 이전 정부와 다른 방향을 설정하려 할 경우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신중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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