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관광사업비 잔액 24억
반납 않고 멋대로 이월 후 집행
문체부 “위법 행위” 반환 요구하자
市, “사업 목적 맞게 썼다” 떼쓰기
5월 말 납부기한 고지서도 묵살
“국비 사업에 지방비 쓴 꼴” 비판도
광주시가 정상적인 예산 집행 시기를 놓쳐 정부에 반납해야 할 국고보조금 수십억 원을 되돌려 주지 않은 채 10개월째 버티고 있다. 문제가 된 불용(不用)예산을 이미 멋대로 써버린 데다, 예산 반납을 위한 재원도 확보해 놓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시를 상대로 보조금 반납고지서까지 발부했지만 시는 “한 번만 사정을 봐달라”고 애걸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27일 시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 지역개발사업으로 선정된 광주 남구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사업이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국비 40억 원을 시에 지원했다. 당시 문체부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반회계와 별도로 관리하는 지역발전특별회계 시ㆍ도자율편성예산으로 해당 국고보조금을 내려 보냈다. 시는 이에 따라 해당 사업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2013년까지 모두 집행했어야 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상 해당 회계연도 내에 지출하지 않은 세출예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연도에 이월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회계연도로부터 2회계연도를 초과해 이월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가 2013년까지 쓴 돈은 16억 원에 그쳤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예산 집행이 늦어진 것이다. 문제는 시가 미집행 잔액 24억 원을 문체부에 반납해야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2014년도로 이월했다는 점이다. 시는 당시 미집행 잔액을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한 뒤 해당 사업 예산으로 재편성하는 방법으로 지난해까지 22억 원을 썼다. 법을 어겨가며 미집행 예산을 3차례나 이월하면서도 다 쓰지도 못하고 남긴 것이다. 시쳇말로 정부 예산을 ‘줘도 못 먹은’ 꼴이다.
이런 사실은 시가 지난해 12월 해당 사업을 완료하고 문체부에 실적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문체부는 이에 “해당 국비는 2013년까지만 쓸 수 있도록 기간이 정해져 있다”며 “시가 2014년부터 재편성한 집행 잔액(원금) 24억3,706만6,060원과 예산 이월 과정에서 자치단체 세입으로 조치돼 발생한 이자 1억6,747만2,110원 등 모두 26억453만8,170원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시가 어설픈 행정을 펼치는 바람에 국비지원사업에 엉뚱하게 지방비(시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시는 “재편성한 국비 24억여 원은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된 데다, 균특법 관련 규정의 취지도 예산을 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 만큼 보조금 반납 조치를 재고해 달라”며 떼를 쓰고 있다. 시는 지난해까지 쓰고 남은 잔액(2억여 원)과 이자만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시는 문체부가 반납 시한을 올해 5월 31일로 명시해 발송한 국고보조금 반납고지서까지 묵살했다. 또 국비 반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뭉그적거리고 있다. 참다 못한 문체부는 “광주시에 대해서만 위법 행위를 눈 감아 달라는 것이냐”며 시를 상대로 2차 보조금 반납고지서를 발부키로 했다.
문체부가 이처럼 강경 모드로 나오자 시는 기획재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집행 기간을 넘겨 사용하기는 했지만 사업 목적 외로 쓴 게 아니기 때문에 문체부가 반납까지 요구하는 건 지나친 조치라는 견해가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기획재정부에 질의를 해 의견을 받아본 뒤 문체부와 재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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