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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식후 바로 먹어도 돼요”

입력
2017.09.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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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복용 기준 바꿔

식후 30분 맞추려다 잊어

“환자 중심 처방 위한 노력”

서울대병원이 ‘식후 30분’에서 ‘식후 직후’로 복약용법 기준을 변경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이 ‘식후 30분’에서 ‘식후 직후’로 복약용법 기준을 변경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지금까지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먹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식전에 복용하면 약물에 의한 속 쓰림 등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식후 바로 복용하면 몸 속에서 약이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환자들로선 시간 준수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30분’을 지키려다 약 복용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잦았다.

서울대병원이 이런 복약 기준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식사 직후’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을 허가할 때 용법으로 ‘식사 후 30분’이란 기준을 내놓지 않지만 의약품을 처방할 때 관행적으로 ‘식사 후 30분’이란 기준을 적용해왔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환자들이 시간에 맞춰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물론 약 먹기를 잊어버리는 사례가 빈번해 병원 약사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한 결과 복약용법 기준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연수 신장내과 교수(약사위원회 위원장)는 “외국에서도 ‘식후 30분’의 복약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며 “약 섭취가 제때 이뤄지면 치료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병원들은 아직 복약 기준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서울대병원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혁재 경희대병원 약제팀장은 “식사 직후 약을 먹으면 음식과 약이 섞여 흡수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약을 건너뛰지 않고 꾸준히 먹으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용욱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고혈압, 당뇨병 환자 중에 식후 30분에 약 먹는 것을 잊어서 약을 건너뛰는 이들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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