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열일'했다.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참 열심히 일했다.
배우 고경표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 출연했다. 그의 '열일' 행보가 시작된 지점이라고 본다. '응팔'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나영석 PD에게 납치돼 아프리카로 떠났다.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였다. 고경표는 당시 아프리카 대자연에서 많은, 그리고 깊은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고, 못난 자신을 인정한 후 비소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는 지난해 4월까지 전파를 탔다. 이후 고경표는 SBS '질투의 화신'에 출연했다. 첫 방송은 그해 8월, 마지막 방송이 11월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경표는 tvN '시카고 타자기' 대본에 매료됐고, 종영 직후 바로 KBS2 '최강배달꾼'까지 마쳤다. 지난 2년간, 고경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고경표를 만났다. 인터뷰 일정 때문에 전날 '최강 배달꾼' 종방연에서 일찍 빠져나와야 했다. 그 얘기를 들은 고경표는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났냐"며 밝게 받아쳤다. 많이 마실 땐 소주 서너 병도 먹지만 이제는 술 보다도 술을 곁들인 대화를 즐기게 됐단다. 딱 그런 느낌으로, 고경표의 지난 2년을 돌아보기로 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했다. 힘들지 않나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지. 체력적으로는 힘들 수 있는데 즐거운 현장, 즐거운 사람들이랑 작품을 하니 재밌다. 새로운 캐릭터 연기를 즐기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힘이 난다."
-새로운 캐릭터라
"제 연기관이다. 새로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표현하는 게 좋다.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최강배달꾼'에서 첫 타이틀롤을 맡았다
"책임감을 좀 더 가지려고 했다. 그 전에는 현장에서 연기만 했다면 지금은 함께 고생하는 스태프들도 눈에 보이고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이 진행되니까. 그럼에도 드라마 시너지가 증폭될 수 있게 현장에서 즐겼던 게 참 감사한 일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의 책임감을 배운 것 같다. 그동안 주연의 자리에서 연기하는 분들을 많이 보고 배웠다. 사실, 제가 지금 주인공 했다고 항상 주인공만 할 수 있겠나. 주연, 조연 나누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제가 표현하는 캐릭터가 이 작품 안에서 얼마나 살아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굳이 주연이 아니라도 전 계속 연기를 할 거니까."
-이번 최강수 캐릭터와 실제로도 닮은 점이 있다면
"오지랖 넓은 게 비슷하다.(웃음) 저는 작품이 끝나면 시작할 때보다 싱크로율이 더 올라가 있는 스타일이다."
-최강수의 매력은 뭘까
"착하다. 그리고 내가 힘들지라도 남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오지랖? 제가 좀 그런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잘 맞겠구나 생각했다. 착한 모습에 매료됐다. 나쁘게 사는 것보다 바르게 살기가 더 어렵다. 성장해 가는 모습이 좋았다."
-주변에서 호평도 많이 들었겠다
"'전(前) 작품의 이미지가 안 남아있네?' 라는 말이 가장 좋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칭찬이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정신이 큰 것 같다. 그런 연기관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히스 레저를 보고, 한 사람이 그런 캐릭터들을 했다는 걸 알고 정말 놀랐다. 정말 멋졌다. 꼭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소한 습관까지 항상 연구하는 편이다. '응답하라'부터 '질투' '시카고' '최강배달꾼'까지 사람들이 위화감 없이 잘 봐주신 것 같아서 되게 뿌듯했다."
-고경표가 끊임없이 일할 수 있던 동력은 뭐였나
"제가 바라는 연기관을 실현하는 데 좋은 시기였다. '응팔' 때 관심 많이 받았고 '질투'에서 전에 안 해봤던, 재벌 3세 역을 했다. 그리고 '시카고 타자기'를 봤더니 제가 또 다른 모습을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제 고경표가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라는 걸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계속 작품을 이어오게 된 거다. 이렇게 계속 변신을 거듭하니까 오히려 '뚜렷한 색깔이 없는 게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도 받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번에는 고경표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을 주고 싶다. 그럴 때 설렘을 느낀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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