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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신(信)태용’을 만드는 건 결국 축구협회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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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신(信)태용’을 만드는 건 결국 축구협회의 몫

입력
2017.09.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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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신태용(47)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계 ‘소통 지도자’의 대표격이다. 성남 일화 감독 시절인 2009년 K리그 클래식 플레이오프(PO) 원정에서 선보였던 ‘무전기 원격 지휘’는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와 6강 PO에서 퇴장 당했던 그는 이후 전남 드래곤즈전, 포항 스틸러스전 등에서 관중석에 앉아 무전기로 작전 지시를 내렸다.

지난 5월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는 등 ‘형님 리더십’을 선보이며 ‘신(神)태용 감독’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신태용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7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축구 수장이 된 그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전(0-0 무ㆍ8월 31일), 우즈베키스탄전(0-0 무ㆍ9월 5일)의 부진과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전 대표팀 감독의 재영입 논란인 ‘히딩크 광풍’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일각에선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 감독은 앞서 25일 10월 2차례(7일 러시아ㆍ10일 모로코) 유럽 평가전에 나설 '2기 신태용호' 23인 명단을 발표하면서 “여론이 좋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다. 무조건적인 질타는 팀을 힘들게 만든다. 질타와 칭찬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6일 제7차 기술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현 체제로 월드컵을 준비하고 필요한 부분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게 조언을 받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신 감독에게 힘을 실었다.

그러나 협회의 대처에는 아쉬움과 의문이 남았다. 히딩크 전 감독에 대한 접근 방식과 역할론에 관한 것이다.

김호곤(66) 기술위원장의 발언에 따르면 협회는 히딩크 전 감독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다. 즉각적인 소통 방식인 전화나 대면이 아닌 이메일을 택한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이는 자칫 한국 축구가 히딩크 전 감독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해하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로 비쳐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과 러시아에서 만나 그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부연했지만, 대면 시기는 적어도 10월이 될 것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대처’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히딩크 역할론’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상징적인 역할은 아니다. 포지션을 드려야 한다. 히딩크 전 감독님 본인의 의사를 먼저 들어보고 어떤 걸 원하시는지 아는 게 우선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알고 난 후 어떤 역할 해주실 수 있는지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신 감독과 히딩크 전 감독의 ‘불편한 동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협회의 세심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감독 체제를 택한 만큼 ‘옥상옥(屋上屋)’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명장의 경험과 지혜를 한국 축구가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

히딩크 전 감독은 '기술자문'이나 '기술고문'의 형태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첼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유럽 명문 클럽들을 비롯해 호주, 터키, 네덜란드 등의 국가대표 사령탑을 역임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상대할 선수나 팀들의 정보에 대해 전략적인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팀 선수나 코칭 스태프의 구성, 부족한 경기력에 대해서도 훈수를 둘 수 있는 경험과 지식,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신 감독은 성인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서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게 필요한 부분 중 하나는 큰 대회 경험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이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14일부터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때까지 대표팀 로드맵의 윤곽에 대해서도 조언을 줄 수 있다.

‘신(信)태용’을 만드는 것은 결국 협회의 진정성 담긴 말과 합리적인 행동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힘 잃은 리더 체제에선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며 “어수선한 현 상황이 조속히 정리돼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태용 체제’를 확정했다면 서둘러 ‘신(信)태용’을 만드는 것이 한국 축구가 조금 더 빨리 일어 설 수 있는 길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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