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입부터 서류전형 없애고
최종면접 때는 민간위원이 참여
수험번호만 확인해 대상자 선발
내년부턴 모든 채용에 적용 방침
“날림으로 제도만 강화하지 말고
근본 원인을 반성해야” 지적도
2014년 변호사 특혜 채용에 이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청탁을 받고 점수가 낮은 신입 지원자를 부당 선발한 사실이 드러난 금융감독원이 채용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외부 청탁이 들어설 여지를 없애기 위해 최종면접 때 민간위원들을 참여시키고, 채용 전 과정에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채용 제도를 올해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적용하고 내년부턴 경력사원, 비정규직 사원 채용 때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선 외부 청탁이 채용 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서류 전형을 없애고 채용 전 과정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블라인드 방식이란 채용 과정에서 이름을 비롯해 나이, 학력, 주소 등을 가리거나 보지 않은 채 심사를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종면접 때도 지원자의 수험번호만 확인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23일 치러진 신입사원 객관식 필기시험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필기시험 결과로 1차 합격자를 가린 뒤 내달 21일 주관식 논술시험으로 면접시험 대상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3차 실무면접을 거쳐 4차 최종면접 땐 민간위원이 참여한다. 외부위원과 내부위원을 반반씩 구성하고 면접 점수를 계량화해 기준에서 어긋난 특정인을 채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특히 채용 전반을 진행하는 수석부원장과 인사담당 임원은 최종면접 때 아예 배제시키기로 했다. 자의적 평가가 가능한 세평(평판조회)도 없앤다. 내년부턴 모든 채용에서 이런 원칙을 적용한다.
민간기관인 금감원은 정부기관에 견줘 직원들 연봉수준이 높고 복지혜택도 많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신입이나 경력직 사원을 뽑을 때마다 외부의 청탁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금감원에서 인사를 담당한 한 임원은 “채용 공고를 내면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고위관료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잘 좀 봐달라’는 전화가 쇄도해 업무를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4일엔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2014년 경력직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력도 없는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 20일엔 인사담당 국장이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 당시 청탁을 받고 당초 채용계획까지 바꿔 점수가 낮은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에 지난 11일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은 “중앙정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고 채용 쇄신안의 수위도 대폭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 쇄신안에 대해 민간위원이 중심이 된 인사·조직 태스크포스(TF)에서 검증을 받은 뒤 추가할 조치가 있으면 추가해 채용 비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날림으로 제도만 강화할 게 아니라 근본원인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기초로 채용 전반을 촘촘히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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