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저항 운동에 참여하는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에 막말을 퍼붓자 선수들은 물론 구단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 전 미국 국가(國歌) 제창 때 무릎을 꿇거나 함께 팔짱을 끼는 등의 행위로 저항을 표시했고 프로풋볼 전체 32개 구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구단들이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25일(한국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흑인 스포츠 선수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블랙 파워 살루트)’를 소개했다. *관련기사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남자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시상대에 올랐다. 미국의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만연하던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흑인들의 가난을 상징하는 의미로 시상대에 오르며 신발을 벗었고, 흑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항의하는 의미로 각자 검은 스카프와 목걸이를 착용했다. 두 선수의 담담한 표정과 곧게 뻗은 팔은 20세기 스포츠사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카를로스는 2011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나는 검은 양말을 신은 나의 발을 보며 할렘가부터 텍사스 동부에 이르기까지 보았던 흑인들의 가난을, 목걸이를 만지며 ‘스트레인지 프룻’이 달려 있던 나무의 사진(백인 구경꾼 무리에 둘러싸여 나무에 매달려 있는 두 흑인 남성의 사진)을 떠올렸다”며 그 순간을 회상했다.
미국의 국가가 울려 퍼지고 그들이 주먹을 치켜들자 관중석은 순식간에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카를로스는 2012년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5만 관중이 침묵하는 순간, 마치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처럼 두려웠다”고 당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잠시 후 관중들의 야유가 이어졌고 어떤 이들은 스미스와 카를로스를 책망하듯 크게 소리치며 국가를 제창하기도 했다. 저항의 대가는 사람들의 비난뿐만이 아니었다. 다음날 올림픽 선수촌에서 추방당했고 메달을 박탈당했으며, 육상선수 자격도 정지 당했다. 또 오랫동안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수많은 억압에도 후회는 없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팜스프링 고등학교에서 상담 교사로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카를로스는 당시의 ‘블랙 파워 살루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에겐 도덕적인 의무가 있었고, 도덕은 그들(반대하던 사람들)의 규칙과 통제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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