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기업 돈을 끌어다 친정부 성향 우파단체를 밀어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보수단체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윗선’으로 지목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기춘(78ㆍ수감 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26일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투입해 서울 신수동 소재 시대정신 등 보수단체 10여곳의 사무실과 주요 관련자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시대정신은 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 계열 단체가 통합된 우파 성향 단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인권학생연대, 청년이만드는세상, 청년리더양성센터 등도 포함됐다. 수사팀은 이들 단체 관계자들의 휴대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회계자료 등 각종 문서 등을 확보해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우파단체 동원과 활동에 대한 기업 자금 지원 의혹의 중심에 있는 허현준(49)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시대정신 이사로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진 최홍재(49) 전 대통령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자택도 대상이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허 전 행정관 등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근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이 관여한 정황을 청와대 제2부속실 문건 등을 통해 확인하고 그를 출국금지했다. 조 전 장관은 정무수석 재직 시 김 전 실장 주재회의에 참석해 “애국ㆍ건전단체를 지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과 김 전 실장 등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두 사람은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작성 및 운용 사건 관련해 추가 조사를 받으라는 검찰 통보에 수 차례 불응했다.
검찰은 최근 SK그룹 김모 전 부회장과 CJ그룹 윤모 상무 등 기업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보수단체 자금 지원 경위 등을 물었고, 보수단체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도 18일 불러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의 재정 지원 여부 및 관제데모 요청 받은 사실 여부를 캐물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해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8억원을 대기업에서 걷어 특정 보수단체 20여곳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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