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열기 시들해지자
불법 숙박영업행위 기승 부려
자치경찰, 28건 무더기 적발
제주에서 아파트나 빌라 등을 숙박시설로 개조해 손님을 받는 불법 숙박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집주인들이 투자목적으로 샀던 아파트 등을 돈벌이 수단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7월 20일부터 9월 20일까지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불법숙박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숙박영업행위를 벌인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로 A(40)씨 등 30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A(40)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 12일까지 제주시내의 한 오피스텔 8실을 임차한 후 침대와 숙박시설을 갖춰놓고 1박 당 4만원의 숙박료를 받았다. A씨는 또 지난해 1월 제주시내의 한 건물 1층 전체를 빌린 뒤 객실 6개를 만들어 올해 8월 12일까지 1만5,000원~2만원의 숙박료를 받고 불법으로 숙박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42)씨는 서귀포시내의 한 아파트 1채를 임차해 3개 객실로 꾸민 후 올해 1월부터 6월말까지 6개월간 1박에 8만~13만원의 숙박료를 받고 영업행위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자치경찰은 또 다른 지역에 살면서 제주에 이른바 ‘세컨드 하우스’로 구매한 후 전ㆍ월세 임대가 잘 이뤄지지 않자 관광객을 상대로 불법숙박행위를 한 사례들도 적발했다.
실제 전북에 거주하는 C(42ㆍ여)씨는 제주시에 빌라를 구입한 후 장기간 임대가 이뤄지지 않자 올해 5월부터 8월 9일까지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하룻밤에 15만원을 받고 불법 영업을 했다. 자치경찰단은 이번에 적발된 A씨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불법영업행위와 부당이익 규모 등을 조사 중이다.
이처럼 아파트나 빌라 등을 이용한 불법숙박영업이 성행하는 데는 최근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던 집주인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 임대 대신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내 미분양주택은 2015년 114가구에서 2016년 271가구, 올해 8월 말 현재 914가구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497가구에 달하는 등 미분양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내 한 공인중개사는 “미분양주택은 늘고 임대수요는 줄면서 결국 숙박업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앞으로 숙박시설 이용자들의 안전과 제주 관광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기관과 협조해 불법숙박영업이 근절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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