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조원이 오간 기업형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직폭력배뿐 아니라 유흥주점 사장이나 변호사 사무원 등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 도박중계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사이트 보안책임자 안모(36)씨 등 59명을 검거하고 이 중 7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한 해외 유명 온라인 베팅사와 국내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중계하는 사이트를 개설해 회원들로부터 총 4조8,000억원을 받아 4,000여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사이트를 통해 불법 도박을 한 이용자 규모를 약 1만3,00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씨는 2012년부터 유명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의 프로그램 개발 자문 및 서버 관리, 디도스 공격방어 등 보안책임자 역할을 해왔고, 2013년 6월부터 해당 불법 도박중계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조직폭력배 박모(35)씨와 인출책 장모(35)씨 등은 2013년 10월부터 또 다른 중계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대포통장을 공급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검거된 1조원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총책 박모(36)씨의 고향 선배와 사회 친구로, 범행을 도우면서 신임을 얻어 총책 박씨가 구속된 뒤에도 소위 ‘계열사 사장’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사이트 운영에는 일반인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흥주점 사장 김모(37)씨는 가게 단골이던 운영자들 부탁을 받아 총 26억원을 배달하거나 자신 계좌로 입금했다가 인출해 전달하는 식으로 돈세탁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 진모(48)씨는 총책 박씨 변호를 위해 법원에서 받은 500쪽 분량의 당시 수사기록 파일을 사이트 운영자에게 제공해 해외 도피를 돕기도 했다.
경찰은 현금 귀금속 외제차 등 범죄수익 70억원 상당을 환수 조치했다. 아울러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거한 폭력조직 행동대장 최모(36)씨의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도피한 조직폭력배 박씨 등 14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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