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swan of death)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우리나라 공군 지원 없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무력 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긴밀한 공조 하에 진행된 훈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코리아패싱’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저녁 서면 논평을 통해 “전략폭격기의 NLL 이북 공해상 비행훈련이 진행되는 전 과정이 한미 공조 하에 진행됐다”며 “NLL 이북의 공해상 작전과 관련해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이 참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B-1B 폭격기가 미국령 괌에 위치한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에서 발진한 F-15C를 호위 받으며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이 B-1B 무력시위를 우리 정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없었음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뒤늦게 소집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B-1B 폭격기의 공해상 비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에 있을 때부터 실시간 보고된 사항”이라며 “한미간 긴밀한 공조는 물샐 틈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향후 북한의 도발 여부에 따라 미국이 또 다시 단독 군사행동으로 맞설 경우 우리 정부가 통제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우발적 군사충돌로 이어질 우려는 여전하다.
당장 유엔 총회 참석 차 뉴욕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현지 숙소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현직 대통령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 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고 반발하고 나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긴장 수위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