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총선 승리로 4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여성ㆍ동독 출신 최초, 전후 최연소 독일 총리 기록에 이어 정치 스승인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현대 독일정치 사상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르게 됐다. 중도우파지만 좌파 정책도 수용한 그는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아 왔다. 그가 집권한 12년간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도 무난히 극복하면서 유럽연합(EU)의 중심 자리를 굳혔다. 그동안 독일은 매년 2%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올해 7월 기준 실업률은 3.7%로 사실상 완전고용(3% 미만)에 가깝다. 이 같은 경제적 안정이 난민과 테러위기 등의 충격을 상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ㆍ기독사회당 연합의 득표율이 33%에 그쳐 정치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반난민ㆍ반이슬람을 표방하는 극우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6%를 득표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부상했다. 독일 사회의 극단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약해진 데다, 집권당에 대한 실망이 더해져 나타난 현상이다. ‘나치의 재현’이라고 비판받는 AfD가 의회에 본격 진출하면서 독일 정치지형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난민 테러 이슬람문제 등에 대해 메르켈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메르켈 총리가 “우리는 더 좋은 결과를 희망했다. 입법에서 매우 도전적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실망을 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더욱이 연정파트너로서 득표율 2위를 차지한 사민당은 앞으로 연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기도 하다. AfD와 사민당을 제외한 자민당 녹색당 등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가까스로 과반의석은 넘길 수 있겠지만, 난민과 조세 에너지 정책 등에서 입장 차이가 너무 큰 것이 갈등 요인이다. 더욱이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재선거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세계가 메르켈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냉철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 온 메르켈이 새로운 정치지형의 난관을 극복하고 유로존의 개혁과 경제안정화, 북핵문제 해결 등에도 앞장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정세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메르켈의 안정감 있는 글로벌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