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분화 때는 1100명 사망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화산 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25일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에 따르면 24일 하루 동안 아궁 화산 지하에서는 모두 화산지진 920건이 관측됐다. 화산지진은 지난 19일 447건에서 20일 571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1일 674건, 22일 702건 등으로 연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선임 내각 장관은 “화산을 둘러싼 지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진 활동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화산경보 상태를 지난 22일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고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국가방재청에 따르면 임시 대피소로 피신하는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 25일 오후까지 주민과 인근 관광지 관광객 4만8,540명이 임시 대피소로 피신했다. 이들 중에는 아궁 화산에서 10㎞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피난민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지 소식통은 “발리 섬 동쪽의 아궁 화산 주변에서 며칠 전부터 뱀과 원숭이들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궁 화산 분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관광지들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은 “발리는 동-서 폭이 150㎞에 이르는 섬이고, 아궁 화산은 발리섬 거의 동쪽 끝에 있어 주민 대부분은 큰 동요 없이 지내고 있다”며 “항공기들도 모두 정상 운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발리섬 남쪽 덴파사르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아궁 화산은 지난 1963년 마지막으로 분화해 1,100명이 사망했다. 당시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는 발리에서 1,000㎞가량 떨어진 수도 자카르타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뉴질랜드 등 태평양 연안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 화산대 중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등 지각판이 물려 있어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다. 전 세계 지진의 90%가 이 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활화산 약 75%가 이 곳에 분포한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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