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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 핵실험과 백두산 대분화

입력
2017.09.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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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930~940년 어느 날, 백두산 분화구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25㎞ 상공까지 치솟은 거대한 화산 분출물 기둥이 붕괴되면서 시속 150㎞의 뜨거운 화쇄류(火碎流)가 백두산 일대를 휩쓸었다. 반경 수백㎞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이 수십m 이상 화산재로 뒤덮였고, 화산재가 하늘을 가려 칠흑 같은 어둠이 수일 동안 이어졌다. 유황 냄새만 진동하는 땅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했다. 화산재는 동해 건너 일본 동북부 지역까지 날아가 5㎝이상 뒤덮었다.

▦ 화산학자들이 지층에 쌓인 화산재 양을 계산해 추정한 당시 백두산 분화 규모는 기원 후 지구상 최대 화산폭발이다. 지금 그런 규모의 백두산 대폭발이 일어 난다면 중국 지린성 일대와 북한의 북동부 지역은 초토화된다. 특히 함경남북도 등 북한 북동부에 집중된 산업시설이 모두 파괴되고, 김정은 체제도 존속이 불가능하다. 최근 백두산 일대에 화산성 지진이 빈발하는 등 마그마 활동 증가를 뒷받침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되면서 또 한번의 대폭발 우려가 제기돼 왔다.

▦ 빈번한 북한 핵실험이 이 우려를 한층 부추겼다. 특히 6차 핵실험 여파로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두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잠든 백두산 분화구를 깨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는 이유다. 백두산은 풍계리에서 114㎞밖에 안 떨어져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북한의 대규모 핵실험이 백두산 하부 마그마에 영향을 미쳐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역사상 백두산 분화에 앞서 늘 일본 열도에서 대규모 지진이 있었고, 2011년 동북지방 규모 9.0의 대지진이 있었던 만큼 백두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네바다 사막 핵실험장에서 북한 핵실험규모보다 훨씬 큰 지하핵실험이 많았지만 인근 화산지대 분화구 폭발에 영향을 미친 예가 없다며 북한 핵실험과 백두산 분화 관련성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북한의 대규모 핵실험이 백두산 대폭발을 부른다면 그 피해는 북한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핵 도발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 지역에 대규모 핵공격이 가해질 때도 결과는 같을 게다. 극단적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정은과 트럼프는 자신들의 행위가 초래할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재앙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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