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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의 죽음, 무덤 파며 슬퍼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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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의 죽음, 무덤 파며 슬퍼하는 고양이

입력
2017.09.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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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랑카위 섬에 살고 있던 고 이스마일 매트 씨가 생전에 돌보던 길고양이 '뿌띠'가 매트 씨의 무덤을 파며 슬퍼하고 있다. Soffuan CZ 페이스북
말레이시아 랑카위 섬에 살고 있던 고 이스마일 매트 씨가 생전에 돌보던 길고양이 '뿌띠'가 매트 씨의 무덤을 파며 슬퍼하고 있다. Soffuan CZ 페이스북

“고양이는 은혜를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한 고양이가 보여줬습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뉴 스트레이트 타임즈(New Straits Times)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고양이의 영상이 1,000만 번 넘게 조회되며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는데요. 장례식이 거행되는 영상 속에는 한 고양이가 무덤을 떠나려 하지 않는 등 매우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섬에서 살던 고 이스마일 매트(Ismail Mat · 90) 씨는 생전 고양이를 매우 좋아해서 자택에서 고양이 10마리를 길렀고 모스크에 살고 있던 길고양이에게도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고 합니다.

장례식이 거행되는 중에도 뿌띠는 무덤에 계속 앉아 있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뿌띠는 무덤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Soffuan CZ 페이스북
장례식이 거행되는 중에도 뿌띠는 무덤에 계속 앉아 있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뿌띠는 무덤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Soffuan CZ 페이스북

장례식 도중 갑자기 나타난 ‘뿌띠’(Putih)라는 이름의 이 흰색 고양이는 매트 씨가 기르는 고양이가 아니라 모스크에 살고 있던 길고양이 중 한 마리였습니다. 뿌띠는 자신을 돌봐주던 매트 씨가 세상을 떠나자 슬픔에 잠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리 다리를 잡아당겨도 혼신의 힘을 다해 묘지 위를 떠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트 씨의 묘지 위에 주저앉아 땅을 파며 슬퍼하는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차마 믿기지 않는 몸부림처럼 보입니다. 뿌띠가 매트 씨의 무덤을 파헤치며 그 자리에서 떠나려 하지 않자 그의 손자 소푸안(Soffuan CZ·27)씨가 영상을 촬영해 SNS에 게시하면서 사연은 알려지게 됐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가족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뿌띠는 그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뿌띠를 자택으로 데려갔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매트 씨의 아들 하미드(Hamid·60) 씨는 이튿날 아침,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을 때, 무덤 옆 모스크에 고양이가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뿌띠는 다음날에도 자택에서 묘지까지 혼자 묵묵히 5㎞를 걸어간 거로 보입니다.

런던의 고양이 행동전문가 애니타 켈시(Anita Kelsey)씨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은 분명 묻혀 있는 무언가를 파내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는 존재의 상실을 슬퍼하고, 다양한 형태로 그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개들”이라며 뿌띠의 행동이 특이하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가족들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 뒤에도 뿌띠가 항상 모스크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망한 주인의 무덤을 지키는 고양이 이야기는 이전에도 보도된 적이 있지만 이토록 비통해 하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매트 씨가 생전에 고양이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뿌띠의 행동으로 알 것 같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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