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FL 보지 말자” 공격에
미국 사회 인종 갈등 재점화 양상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NFL간 갈등이 집단 힘 대결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 공개적으로 NFL 보이콧을 주문하자 NFL 선수들은 물론 구단까지 나서 항의 성명을 내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국심 결의’를 문제 삼고 있지만, 애초 ‘무릎 꿇기’가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였고 NFL의 선수 상당수가 흑인들이어서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을 다시 점화시키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NFL를 공격하는 트윗을 잇따라 올리며 “NFL 선수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팬들이 경기에 가길 거부한다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며 "해고 또는 자격정지(Fire or suspend) 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NFL 관람률과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루한 경기 탓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은 국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기에 가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지지자들에게 NFL 경기장을 찾지도, TV 통해 보지도 말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NFL 전체 32개 중 30개 구단이 성명을 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반박했다. 지난해 슈퍼볼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는 성명에서 이 나라에서 스포츠보다 더 위대한 통합자는 없으며, 불행하게도 정치보다 더 분열적인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1월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만 100만달러를 기부했을 만큼 공공연한 트럼프 지지자였다.
이날 오후에 열린 NFL 14개 경기에선 상당수 선수들이 무릎을 꿇거나 팔짱을 끼며 연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항의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단은 아예 국가 연주 시간 라커룸에 머물며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날 경기에서 선수 100여 명이 항의 시위를 했으며, 볼티모어 레이번스를 포함해 최소 3개 구단 구단주가 선수들 행동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전설적인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도 23일 뉴욕 센트럴 파크 무대에서 공연에 앞서 “오늘 밤 나는 미국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며 ‘무릎꿇기’에 동참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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