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CDUㆍCSU) 연합의 승리로 4연임을 달성하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의 도전을 뿌리치고 권력을 수성했다.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25일 오전 1시) 투표 종료 직후 독일 방송사 ZDF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민당은 33.5%를 득표해 21%에 그친 사민당을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했다. 이번 승리로 메르켈 총리의 임기는 2021년까지 4년 연장된다. 메르켈 총리의 예상 재임기간인 16년은 독일연방공화국(서독) 초대 총리인 콘라트 아데나워 전 총리(14년)를 뛰어넘어 동ㆍ서독 통일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다만 기민당의 지지율이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해 메르켈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사민당 혹은 3위 이하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 국제사회의 자국 중시 움직임에 맞서 국제 협조를 호소,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존재감을 높여온 메르켈 총리가 이번 승리로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양당 구도는 유지됐지만 소수 정당들도 약진했다. 보수 성향 자유민주당(FDP)과 진보 성향 녹색당 좌파당 등이 각축을 벌인 원내 제3정당 경쟁은 13%를 득표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승리로 끝났다. AfD는 원외정당에서 단숨에 제3당으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자민당은 10%, 녹색당과 좌파당은 각각 9%를 얻었다. AfD가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독일은 1960년까지 연방의회에서 존속한 ‘독일당(DP)’ 이후 약 60년 만에 극우정당을 연방의회 내로 받아들이게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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