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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북한 극단 치닫는 ‘말의 전쟁’… 한반도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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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북한 극단 치닫는 ‘말의 전쟁’… 한반도 위기 고조

입력
2017.09.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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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완전히 파괴하겠다” “악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 최근 일주일 사이 주고 받은 거친 언사들이다.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놓고 양측 간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의 전쟁(war of words)’이 지속되면서 자칫 한반도의 우발적 충돌을 부추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미의 말 폭탄 공세는 23일(현지시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이어졌다. 리 외무상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트럼프는 자기 망언으로 취임 8개월 만에 백악관을 수판알 소리 요란한 장마당으로 만든 데 이어 유엔 무대까지 돈과 칼부림밖에 모르는 난무장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 생을 늙어 온 투전꾼’ ‘과대망상과 자고자대(스스로 잘난 체하며 우쭐댐)가 겹친 정신이상자’ ‘거짓말의 왕초’ 등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거침 없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망발과 폭언을 늘어놨기에 같은 말투로 대답하는 게 응당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같은 장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한 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협박한 만큼 자신의 위협적 언사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즉시 반격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지금 막 북한 외무상의 연설을 들었다. 만일 그가 ‘작은 로켓맨’의 생각을 상기시켰다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전날 앨라배마주 공화당 지원유세에서 김정은을 얕잡아 보며 언급한 ‘작은 로켓맨’이란 용어를 다시 사용했다.

막말 싸움의 포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4월 29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정은을 일컬어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madman)’”란 표현을 처음 썼다. 7월부터는 북측도 구두 대응에 나섰다. 김정은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그 달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이) 독립절에 받은 ‘선물 보따리’를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심심치 않게 자주 보내주자”고 조롱했다.

북한은 8월 8일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나온 이후 “망령이 든 자(트럼프)와는 정상적 대화를 할 수 없다(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고 즉각 맞받아 치는 등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말 난타전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측 동해 공역에서 무력시위를 한 사실을 공개하며 “21세기 들어 비무장지대(DMZ) 최북단 비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를 넘은 인신공격은 북한의 전매특허와 같은 선전 방식”이라며 “트럼프가 말 싸움에 골몰할수록 김정은의 (핵무기를 통한 해결) 의지는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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