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글의 파문이 크다. 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MB 정부의 적폐를 덮기 위한 의도적 자작극”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패륜”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 의원은 23일 다시 SNS에 글을 올려 “박원순 시장에 대한 반박이지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근거도 없는 ‘부부싸움’으로 몰아간 데 대한 사과는 일절 없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허위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였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고 밝히는 등 정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법적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정 의원 글을 우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선의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MB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대응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무성하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와중에 박 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노 대통령의 죽음을 다시 끄집어냈다는 것이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이 23일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맞불을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 죽음과 MB정부에 대한 수사를 같은 차원의 ‘정치보복’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다만 정 의원의 경박하고 비인간적 문제제기 방식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한국당 의원들의 추태와 망언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홍준표 대표의 막가는 언행은 이미 일상사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이재만 최고위원은 최근“김정은 기쁨조는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감” 등 최소한의 정치적 예의조차 빠뜨린 막말을 쏟았다. 상식과 품격을 잃은 막말 행진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보수정당의 존재근거마저 무너뜨리고 있음을 한국당만 모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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