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용과 최소한의 요건으로 알리바바라는 든든한 원군을 얻었다.”
지난달 28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저장대학교 위취안(玉泉)캠퍼스 인근에 문을 연 ‘톈마오(티몰ㆍ天猫)슈퍼마켓’ 1호점 주인 황하이동(黃海東)씨가 항저우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이 인터뷰 기사에는 알리바바 측 인사의 이런 언급이 함께 실려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시혜를 입는 쪽은 우리 알리바바다.”
톈마오슈퍼는 사실 새로 문을 연 것이 아니라 20㎡ 규모의 조그만 동네 구멍가게 웨이쥔(維軍)슈퍼가 옷을 갈아입은 것이었다. 패밀리마트와 로손 등 주변에 생겨난 유명 편의점들 때문에 몇 년 새 파리만 날리던 황씨는 고민 끝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내민 손을 잡았고, 일단 당장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보름만에 매출은 45% 이상 올랐고 고객 수도 28%가 늘었다.
톈마오는 타오바오(陶寶)와 함께 알리바바그룹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다. 타오바오가 C2C(소비자 대 소비자)인데 비해 톈마오는 B2C(기업 대 소비자) 구조다. 그런 톈마오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면서 톈마오슈퍼를 만들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내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톈마오슈퍼 1만호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해 마윈(馬雲) 회장이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5대 경제 물결 중 하나로 제창한 ‘신소매 혁명’과 관련이 있다. 온ㆍ오프라인 통합(O2O) 소매에 스마트 유통ㆍ물류를 융합시킨 이 개념은 빅데이터ㆍ클라우드컴퓨팅 등을 활용해 생산ㆍ유통ㆍ판매 과정의 기존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미다. 직원 없는 무인마트, 안면인식 결제, 로봇ㆍ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송 등이 모두 해당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알리바바는 O2O의 적극적 결합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고, 신소매 혁신은 이를 위한 본격적인 출발선이다.
톈마오슈퍼가 특히 주목되는 건 굴지의 유통대기업과 동네 골목가게 간 상생모델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전국에 산재한 골목슈퍼 600만여개를 대상으로 복잡한 유통구조 단순화와 품질 보증을 앞세운 B2B 디지털 플랫폼 알리링서우퉁(阿里零售通)을 만들었다. 소매점 주인은 링서우퉁에서 매월 1만위안(약 173만원) 이상의 물품을 조달하고 연간 기술서비스 비용 3,999위안(약 69만원)만 내면 알리바바로부터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권 분석과 제품 배열을 비롯한 모든 세부 서비스를 제공받는 톈마오슈퍼가 될 수 있다. 톈마오가판대를 설치하면 톈마오 온라인몰에서 유통되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 제품도 곧바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점주의 추가 부담은 전무하다. 내부 인테리어비용조차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에서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
린샤오하이(林小海) 알리바바 링서우퉁사업부 책임자는 “향후 톈마오슈퍼는 스마트 소매점을 넘어 우체국과 여행사, 은행의 역할까지 하며 새로운 소비패턴을 관찰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소규모 소매점들이 새로운 기회를 많이 가질수록 알리바바도 신소매 혁신의 지평을 더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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