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BS 아트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세종학당 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52개국 114개소의 세종학당에서 실시한 예선에 참가한 1,359명의 외국인 학생들 중 최종 선발된 12명이 결선에 진출해 그 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결선 대회 사회를 맡은 필자는 외국인들의 한국어 말하기 실력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는 외국인들이 해외 세종학당에서 학습한 것만으로 마치 한국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처럼 능숙하게 한국어를 말하는 게 아닌가. 비록 한국어의 표준 발음과 억양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외국인들이 정확한 어법으로 맥락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한국어 표현을 막힘 없이 구사하는 것을 보고 한국어가 이제 전 세계인들이 큰 어려움 없이 구사할 수 있는 ‘세계어’가 됐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참가자들이 내용을 암기해서 발표하는 말하기에서 벗어나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그리고 참가자들 상호간의 질의응답을 통해 원고 없이 한국어를 말하는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는데, 심사 결과 영예의 대상은 인도네시아의 매기 양(Maggie Yang)이 차지했다.
그녀는 4년 동안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 대상을 수상했는데, 그녀가 한국어를 공부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자막 없이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가슴에는 한국어에 대한 사랑이 불타오른다고 말했는데, 그 기저에는 한류(韓流)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한류를 더욱 발전시키고 확산시켜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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