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8층)에서는 세월호에서 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고(故) 조은화ㆍ허다윤 양을 떠나 보내는 이별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이별식은 “아이들을 예쁘게 보내고 싶다”는 은화ㆍ다윤 양 부모님 바람에 따라 국화가 아닌 붉은 장미와 백합 등으로 꾸며졌다. 헌화도 분홍색 장미로 대신했다. 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아이들이 그동안 너무 춥고 지저분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예쁜 모습으로 보내주고 싶었다”며 “언젠가 다시 만날 아이들을 예쁜 마음으로 보내달라”고 밝혔다.
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은화와 다윤이를 보낼 수 있도록 국민들이 길을 열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도와달라”고 전했다. 이씨 역시 “아직 가족(미수습자)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신다. 국민 여러분이 끝까지 힘을 실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별식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이들이 예쁘게 떠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응원하고 격려해달라”며 “수학여행을 간 아이들, 일터에 나간 사람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방문, 두 학생 어머니들의 손을 맞잡고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세월호 고통은 우리 사회가 진 빚이라고 생각한다. 빚을 갚으려면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채무자라는 마음으로 세월호 가족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장 한 켠엔 두 학생이 생전 사용했던 교실책상, 교복, 명찰 등이 자리했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간식거리도 함께 놓여졌다. 딸들의 흔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쏟는 어머니들을 보며 이별식을 찾은 시민들도 눈물을 훔쳤다. 두 학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자 이별식을 찾은 시민들은 헌화 뒤 추모의 마음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당초 은화ㆍ다윤 양 가족은 공개된 장소에서 장례식이나 추모식을 여는 것이 남은 미수습자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판단했으나 미수습자 수습을 함께 염원했던 국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자 이별식을 열기로 했다. 이별식은 25일까지 이어진다. 두 학생의 유골은 이별식 후 단원고에 들러 작별 인사를 한 뒤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경기 평택시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글ㆍ사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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