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카드 선택할 때
‘마일리지’ 최우선으로 고려
카드사는 연쇄적 소비효과 기대
비용 100% 부담하며 항공사서 구입
항공사 마일리지는 카드사에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안고 가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버리기에는 인기가 좋다. 카드사와 항공사가 손잡고 항공권 마일리지를 카드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지만, 한국에서 만큼 마일리지 확보 열기가 뜨거운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항공업계와 카드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객들이 카드사를 통해 얻는 마일리지는 카드사가 항공사에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주유소, 영화관, 식당 등 다른 제휴사의 경우는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함께 분담하지만, 항공사 마일리지만큼은 100% 카드사 부담이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이 마일리지 적립을 부가서비스에 꼭 포함시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카드를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꼽는 부가서비스가 항공사 마일리지”라며 “마일리지는 일단 적립하면 언젠가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쌓아 두려는 성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마일리지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연쇄 소비 효과도 있다. 해외 여행을 갈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은 면세점, 숙소, 해외 현지 소비 등 카드 결제 기회가 많아진다.
하지만 카드를 쓰지는 않고 마일리지 혜택만 쏙 챙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카드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카드 포인트와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조정하자고 하면 카드업계가 따라야 하는 분위기이고, 인기가 많을수록 적자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마일리지가 너무 많이 뿌려져 부담된다는 항공사
비록 돈을 받고 마일리지를 팔지만 항공사라고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처음 마일리지는 항공권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특별한 서비스이자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었다”며 “하지만 각종 제휴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일리지를 보유하게 되면서 우리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개념은 약해졌다”고 말했다.
또 마일리지는 쓰일 때까지 회계 장부에 적자로 잡힌다. 항공사들은 소비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일리지를 빨리 쓸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2015년 국토교통부까지 나서서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렸다. 대한항공은 제주민속촌, 제주정석비행장 비행아카데미, 추가 좌석용 항공권 구입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쇼핑, 외식상품권 등 월별 테마상품, 모형항공기 등 로고상품, 체험프로그램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그동안 항공권 구입에는 쓰기 어려웠던 5,000마일 이하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뭐니 뭐니 해도 항공권에 쓰려는 욕구가 강해서 새로 확대한 사용처에서 쓰이는 마일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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