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이번 주 정치권 최대 이슈였다. 인준안 통과를 위해 여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총력전을 펼쳤다. 21일 인준안은 극적으로 처리됐지만 여소야대 현실은 건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은 정기국회 일정도 험준할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준 정국 뒷얘기를 확인하기 위해 정치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의 실마리를 푼 건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8일 사과였죠. 주말 사이 추 대표가 사과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일보 정당팀이 가장 먼저 포착해 보도하기도 했고.^^
5년 만에 여당기자(여기자)=‘추미애가 달라졌어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인데, 무엇보다 김명수 인준안까지 부결되면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여권 전체가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추 대표가 고개를 숙이게 한 것이겠죠.
달빛=18일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한 문 대통령도 야당 설득에 나섰죠.
큰기와집 더부살이(더부살이)=출국 전 직접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인준 처리 협조를 당부한 게 뒤늦게 알려졌죠. 그 전에도 문 대통령은 공개 입장문을 내고 국회와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면서 인준 처리를 국회에 요청하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자=대통령 입장문만 나왔을 때는 ‘청와대가 말로만 협치를 한다’는 불만이 여당에서도 나왔죠. 그래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추가 요청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전날까지도 민주당에서는 ‘설마 할까? 이런 일로 안철수한테 직접 얘기하는 게 맞나?’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문 대통령도 할 만큼 했다 보여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더부살이=청와대로서는 어디까지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법부 수장 인준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움직이면 자칫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려 한다는 역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죠.
달빛=문 대통령 전화를 직접 받은 국민의당 지도부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던 같은데요.
여의도 구공탄(구공탄)=안 대표는 추 대표와의 회동에도 시큰둥했는데 결국 자기 대화 파트너는 문 대통령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거라는 얘기도 돌았어요.
봄 대선 야근말고(야근말고)=국민의당 입장에선 대통령이 전화 주는 건 좋은데, 가뜩이나 당내 찬반 입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큰 숙제를 하나 받은 느낌이었다고 해요.
달빛=정세균 국회의장도 19일 출국 일정까지 미루면서 인준에 의지를 보였는데요.
구공탄=대통령에 이어 입법부 수장까지 자리를 비워 사법부 수장 공백 상황을 야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해요. 특히 20일 카자흐스탄에서 예정됐던 고려인 관련 80주년 행사는 그쪽에서도 정 의장이 직접 오기를 학수고대한 행사라 미루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하는데 김 후보자 인준을 위해 결단한 거죠.
달빛=보수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였죠.
야인시대(야인)=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됐을 때 벌어질 일들을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고 해요. 김 후보자가 춘천지법원장이었던 올해 5월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춘천지법에서 진행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거든요. 거기다 홍준표 대표도 지금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고요. 요즘 한국당이 정부에 대고 ‘야당 의원 사정설’을 성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돼요.
달빛=안철수 대표의 의중은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역시 반대였나요.
야근말고=안 대표는 이번에도 애매했습니다. 안 대표의 속마음은 “강한 검증을 통해 사법부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내 반대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는데, 이걸 직접 말하지는 않았죠. 그래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표결 때와 달리 안철수계도 찬반이 나뉘었다고 합니다. 계파 수장이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으니 자유투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식이었죠.
달빛=인준안 처리 과정에서 김 후보자 동문인 부산고 출신 의원들과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도 열심히 움직였다고 하던데요.
구공탄= 네. 특히 김 후보자와 부산고 동기인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까지 남기면서 인준안 통과를 위해 애를 썼죠. 한국당에서도 부산고 동문인 두 의원이 김 후보자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돌아 당에서 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답니다. 참고로 안철수 대표도 부산고 동문이긴 하죠. ㅎㅎ
야인=구명 전화를 받은 한 야당 의원이 그랬대요.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찬성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온 경남고 동문은 문 대통령이 하는 건 다 찬성해야 하냐”라고. ㅎㅎㅎ
달빛=청와대 정무수석실도 아예 국회에 상주하는 분위기였어요.
더부살이=청와대에서 전병헌 정무수석을 비롯한 정무수석실 인사들을 보기 힘들었던 이유가 국회에 출근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투표 하루 전에는 전 수석이 국민의당 의원실만 20곳 넘게 돌았다고 하더군요.
달빛=이번 인준 과정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요.
여기자=우 원내대표는 김이수 부결 사태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김명수 인준은 사실상 단두대였죠. 직을 걸고 임해서 더 절박감이 묻어나더라고요. 직접 친전을 들고 국민의당 의원실을 찾는가 하면, 본회의 표결 당일엔 중요한 날만 한다는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왔죠.
구공탄=그 넥타이는 고 김근태 의원이 선물한 건데, 녹색은 국민의당 상징 색깔이라 이게 국민의당을 향한 마지막 구애작전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달빛=대법원장 인준으로 한 고비는 넘었지만 여소야대 상황이 앞으로도 3년 가까이 지속될 텐데 여당의 몸 낮추기는 계속될까요.
구공탄=김이수ㆍ김명수 인준 정국을 통해 국민의당은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몸값도 올라갔죠. 이번 인준 정국을 계기로 민주당이 국민의당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 만큼 ‘민주당+국민의당 대 보수야당’ 구도가 당분간 형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자=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김명수 인준을 계기로 협치 국회의 기틀을 세우는 작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일종의 개혁 입법 연대를 구성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개혁 정책을 패키지로 논의할 수 있도록 상설협의체를 만들 생각이라고 합니다.
더부살이=정국 운영의 무게가 청와대에서 국회로 기운 느낌입니다. 김이수ㆍ김명수 인준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죠. 인사 같은 경우도 지금까지는 적폐 청산 기조나 개혁적 성향 등이 중시됐다면, 앞으로는 과연 야당이 받아줄 인사인지에 대한 고려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국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한 만큼 앞으로 어떤 구체적 노력을 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야근말고=국민의당은 향후 추가 인사 정국에서 찬반을 선택할 결정의 폭이 넓어졌고, 민주당에 대한 발언권과 요구의 강도도 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야인=사실 야당은 김이수 후보자 때 한 번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강대강으로 맞서기만 할 게 아니라 청와대나 여당이 국회의 목소리를 좀 더 듣는 계기로 삼는다면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는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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