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자크 베케르 감독이 연출한 아름다운 흑백영화다. 20세기 초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서른여섯 살에 요절한 천재 화가 모딜리아니(제라르 필립)의 예술혼과, 그의 마지막 연인이자 뮤즈인 잔느(아누크 에메)와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사슴처럼 긴 목과 길다란 얼굴, 그리고 텅 빈 눈동자. 모딜리아니의 인물화 속 여인이 바로 잔느다.
천재적 재능에도 그림이 팔리지 않아 늘 가난한 젊은 화가 모딜리아니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열일곱 살 소녀 잔느와 불 같은 사랑에 빠진다. 잔느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미술학도였다. 잔느의 부모는 잔느보다 열네 살이나 많은 모딜리아니와의 교제를 결사 반대했지만, 잔느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딜리아니와 동거를 시작한다.
젊은 연인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지만 그림은 여전히 팔리지 않았고 모딜리아니는 예술과 생활 사이에서 고뇌한다. 알코올중독과 결핵으로 건강도 날로 쇠약해져 갔다. 결국 1920년 결핵성 뇌막염으로 쓰러진 모딜리아니는 두살배기 딸과 잔느를 남겨둔 채 서른여섯 짧은 삶을 마감한다.
영화는 모딜리아니가 죽기만을 기다리던 악덕 미술상이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헐값에 사들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모딜리아니와 잔느는 죽음 앞에서도 비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던 셈이다. 잔느도 모딜리아니가 죽은 이튿날 뱃속에 8개월 된 아이를 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남배우 제라르 필립은 부서질 듯 위태롭고 뜨거운 모딜리아니의 삶을 탁월한 연기로 표현한다. ‘몽파르나스의 등불’을 명작 반열에 올린 명연기다. 그리고 화가를 꿈꾸던 열다섯 소녀 심재명의 가슴에 영화에 대한 새로운 꿈을 심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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