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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퇴임… 평생법관제 성과, 사법부 관료화는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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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퇴임… 평생법관제 성과, 사법부 관료화는 씁쓸

입력
2017.09.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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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생중계 허용 등 소통 힘써

사법부 갈등은 결국 해결 못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류효진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류효진 기자

22일 퇴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평생법관제를 통해 고위직 판사의 퇴직 현상을 막고 이를 통해 1ㆍ2심 기능을 강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중심의 조직 운영과 그로 인한 사법부 내 갈등은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됐다.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좌절된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양 대법원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생법관제 정착이 꼽힌다. 2011년 9월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히말라야와 미국 로키산맥 트레킹을 떠났다가 귀국해 대법원장직에 오른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인사 관행부터 고쳤다. 대법관에 오르지 못한 법원장이 법원을 떠나지 않고 하급심에 복귀해 재판하는 등 65세 정년을 채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고위직을 지낸 법관들이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맞물리는 전관예우 문제를 다소간 해결하는 방안으로도 작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즉시 판사로 임용되던 기존 관행을 바꿔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전면적 법조일원화도 2011년 도입됐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는 대법원 최고 판결기구인 전원합의체 회부사건을 늘리고 공개변론을 확대해 대법원 재판 기능을 회복한 점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펼친 정책이다. 양 대법원장 재임 중 열린 ‘양승태 코트(전원합의체)’에는 모두 116개 사건이 회부돼 대법관 13명이 매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직전 대법원장 ‘이용훈 코트’에서 다룬 95건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양 대법원장은 또 취임 3년차인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처음으로 생중계한 데 이어 올 8월에는 1ㆍ2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허용하는 등 소통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상고제도 개선과 고위직 판사 인사적체의 해결책으로 양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이 끝내 좌절됐다. 제도 도입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 대신 입법로비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ㆍ사회적 논란이 큰 사건에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대법원은 2015년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2012년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했다. 고위험 통화 옵션 금융상품 ‘키코(KIKO)’ 사건은 중소기업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품설계라는 비판이 높았으나 2013년 전원합의체가 아무런 소수의견 없이 은행 손을 들어줬다.

양 대법원장은 또 법원행정처 중심의 조직 운영과 그로 인한 사법부 내 갈등을 표출시켰다. 법원 내에서 법원행정처가 엘리트코스로 굳어지며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법원 내홍이 커졌다. 올 3월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대법원장에게 쏠린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일선 판사들의 학술모임을 법원행정처가 저지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조사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치지 못하고 어설픈 봉합에 그쳐 일선 판사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임기 말 깊었던 마음 고생을 내보이듯, 22일 퇴임한 양 대법원장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지낸 매일이 “가시밭길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노력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격려가 들려오거나 가시적인 결실을 맺었을 때 뿌듯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면서도 “예기치 않은 일로 법원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때에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한 허탈감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42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며 법원에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양 대법원장은 “상충하는 가치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위험수준에 이르고 진영논리 병폐가 사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며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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