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에서 14년 만에 동반 플레이에 나선 최경주(47ㆍSK텔레콤)와 양용은(45)이 나란히 컷 탈락했다. 최경주의 연속 컷 통과 신기록 작성도 무산됐다.
최경주는 22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ㆍ7,366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 상금 15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전날 1오버파 73타를 친 최경주는 중간합계 3오버파 147타로 공동 67위에 머물렀다.
양용은은 1라운드에서 이븐파 공동 39위였지만 이날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에 발목을 잡히면서 4오버파 148타로 공동 7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 6월 SK텔레콤 오픈 이후 14년 만에 최경주-양용은 동반 플레이가 성사돼 큰 관심을 모았지만, 주말에는 더 이상 이들의 경기를 볼 수 없게 됐다.
코리안투어에서 29개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을 이어가던 최경주는 김형성(37)과의 타이 기록을 뛰어 넘어 신기록 작성에 도전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최경주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샷도 어느 정도 되고 퍼트도 됐지만, 내가 생각했던 스피드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체력적으로 힘들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토로했다. 함께 자리한 양용은 역시 “날씨가 나쁘지 않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라며 쓴웃음을 삼켰다. 그는 “최근 몇 년 우승이 없어 부담감을 느끼고 다급해지는 모습을 보여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백전노장 두 선수는 대회장을 떠나며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최경주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영어도 못 하는 완도 ‘촌 녀석’이 버틸 수 있을까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내년이면 19년 차”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귀띔했다. 양용은은 더 많은 한국 선수의 해외 진출을 당부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농사일을 돕다가 20살에 우연히 골프를 접해 26년째 하고 있다”고 회상한 뒤 “후배 선수들이 일본, 유럽, 미국에 진출해 한국 골프의 저력을 알릴 수 있도록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어에 대한 쓴 소리도 덧붙였다. 최경주는 “국내 대회들이 때로는 트로피만 주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며 “선수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다 같이 도와주고 환경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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