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교회 목사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이중 장부를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중 장부란 실제 수입〮지출이 적힌 장부 외에 국세청 제출용 등으로 따로 만든 장부다. 대부분 탈세가 목적이다.
22일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소강석(55〮새에덴교회) 목사는 20일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102회 예장합동(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 셋째 날 회의에서 “교회에 세무조사가 들어올 수 있다”며 “지금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년부터 장부를 두 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 목사의 이날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소 목사가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듣기에 따라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국세청 제출용 ‘가짜 장부’를 만들자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소 목사는 다음 날인 21일 합동총회 넷째 날 회의에서 “교회 재정 장부와 목회자 사례비 장부를 따로 운영하자는 얘기였다. ‘이중 장부’를 만들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소 목사는 “원장부(교회 재정 장부)와 목회자 사례비에 대한 지출 부분만 잘 기록해 놓으면 만약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다고 해도 교회와 정부가 마찰할 이유가 없다”며 논란이 된 이중 장부 발언이 자신이 아닌 기획재정부 아이디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측에서 종교인 과세를 대비해 자신에게 조언해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전했다는 것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소 목사의 말처럼 장부를 2개로 나눠 관리하는 거보다는 1개만 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정철 세무사는 22일 “장부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돈의 구체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장부를 1개만 운영하는 게 좋다”며 “(오히려) 여러 개의 장부를 만들 경우 (장부간)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박 대통령을 “모든 시민의 어머니”,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신 어르신”, “여성으로서 미와 덕,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를 갖고 계신 분”이라고 표현해 대통령을 지나치게 찬양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소 목사는 박 대통령 탄핵 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 비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고 있다. 자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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