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테니스 남자 단식 최다 우승 상위 5명의 선수에는 19회 우승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36ㆍ2위ㆍ스위스), 16회 라파엘 나달(31ㆍ1위ㆍ스페인), 14회 피트 샘프라스(46ㆍ미국), 12회 노박 조코비치 (30ㆍ6위ㆍ세르비아), 11회 비외른 보리(61ㆍ스웨덴)가 올라 있다.
이들 가운데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씩 정상에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이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셋뿐이다. 팬들은 이들을 가리켜 ‘빅3’라고 칭한다.
그런데 빅3 가운데서도 페더러와 조코비치는 갖고 있지만 나달에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ATP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 타이틀이다. 이 대회는 매년 연말 세계 랭킹 8위까지의 톱랭커들만이 참가해 펼치는 테니스 ‘왕중왕전’이다.
페더러는 이 대회에서도 6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려 대회가 창설된 이래 최다 우승을 기록하고 있고 조코비치 역시 2008년 우승과 더불어 2012년부터 4년 연속 ATP 파이널 왕좌에 올랐다.
또 ATP는 매년 1년간 가장 많은 랭킹 포인트를 누적 획득한 선수를 ‘연말 세계 랭킹 1위’로 선정하는데 페더러는 5회, 조코비치는 4회 이름을 올렸다. 그 중 페더러는 2004, 2006, 2007년, 조코비치는 2012, 2014, 2015년 ATP 파이널 우승과 연말 세계 랭킹 1위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명실상부한 테니스 제왕임을 입증했다.
반면 나달은 2008, 2010, 2013년 연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지만, 7번의 참가에도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의 준우승에 그치면서 ATP 파이널과는 유독 인연이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다르다. 나달은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서 단일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가장 먼저 ‘레이스 투 런던(ATP 파이널 진출 랭킹)’ 1위로 대회 출전을 확정 지었다. 8월에는 2014년 7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랭킹 1위를 탈환, US오픈에서도 가뿐히 우승을 차지하며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이 기세를 몰아 첫 ATP 파이널 우승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승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페더러라는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페더러는 지난 7월, 나달에 이어 두 번째로 ATP 파이널 진출을 확정 지었고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제패하며 나달의 독주를 막아 섰다. 더욱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4년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페더러는 지난해 부상으로 불참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바 있어 올해 ATP 파이널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빅3 조코비치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선언, 2016년 대회 우승자인 앤디 머레이(30ㆍ3위ㆍ영국)도 부상 탓에 출전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나달이 페더러를 꺾고 첫 ATP 파이널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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