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단체에 찬조금 20만원 제공
“빌려줬다”는 진술도 허위 사실 공표 판단
나 군수 측 변호인과 상의해 조만간 항소할 듯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한 단체에 찬조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용찬(64ㆍ사진) 충북 괴산군수에게 1심 재판부가 당선 무효형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2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 군수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에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나 군수 측은 변호인과 상의해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 군수는 지난해 12월 괴산군수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진지 견학을 가는 괴산지역 한 단체의 관광버스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한 뒤 이 단체 여성국장 A씨에게 2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검찰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나 군수가 ‘커피값으로 사용하라’는 취지로 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하지만 나 군수는 찬조금 논란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돈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나 군수가 당선을 위해 거짓말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추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은 일관된 반면, 친분 관계가 없는데도 돈을 빌려줬다고 한 나 군수의 진술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최후 변론 당시 나 군수가 ‘본인의 실수’라고 한 것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고도 봤다.
재판부는 “기부행위는 비록 소액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범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허위사실 공표를 통해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큰 점까지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들었다.
나 군수는 각종 비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임각수 전 군수가 직위를 상실함에 따라 지난 4월 12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을 출마해 당선됐으나 무효가 될 처지에 놓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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